진짜 맛은 요란하지 않다.양념에 지배당하지 않고 은근하고 깊다.부드럽다. 양양 한우 전문점 ‘등불’이 그렇다.
고기집이니 품질 좋은 고기가 먼저다.제 아무리 반찬이 가득해도 고기가 질기거나 입안에서 퍽퍽하면 영 아닌데 등불의 고기는 이를 능가한 최상의 품질로 정평이 나 있다. 스스로 녹아드는 듯 씹는 듯 마는 듯 입속으로 넘어간다.부위가 고르고 균질하다.누군가는 아이들 엉덩이 살 같이 부드럽다고 평했다.
이유가 있다. 엄선한 고기를 쓴다. 그 엄선의 비결은 계약 사육이다. 농가와 계약해 맞춤형으로 소를 키운다. 좋은 사료와 영양 가득한 재료를 먹인다고 한다. 당연히 사육비용이 꽤 들어간다. 이정복사장은 “지역 몇군데서 고기를 가져오는데 최고는 강릉 사천산 쇠고기”라고 잘라 말한다. 사천산 한우가 최고인 것은 물이 좋기 때문이라는 것. 대관령 줄기에서 내려오는 물은 정말 좋기에 소를 키우기 최적 환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하길 40여년. 이정복사장은 이제 고기를 척 보면 알 정도로 달인의 경지에 도달했다.한우물을 판 공덕이다.
불판에 놓기가 아깝게 여겨질 정도로 색깔 고운 고기 한점을 보면 마치 예술품 같이 다가온다. 여기다가 이 집 동치미의 맛 역시 고기의 품질과 동급이다. 달달하거나 텁텁하지 않고 맑은 샘물 마시듯 상큼하고 개운하다.물론 직접 담근 동치미다.배부르기에 여분이 있다면 좋아하는 국수를 말아 먹었으면 긴 겨울날 먹던 간식 동치미 국수의 추억을 떠올리기 딱이다는 생각을 했다.
이 역시 이사장의 작품이다. 그는 지금도 반찬 하나하나 직접 만들고 간을 본다.정성이 이만저만 아니다. 거기에 손이 커서 내놓는 양이나 그릇의 모습이 다 넉넉하다. 이날은 김장을 한 날이라고 갓 버무린 김치에 굴 무침도 곁들여 나왔다. 손 큰 주인의 손맛 가득한 상차림이니 금상첨화다.
한자리서 40여년 오직 고기맛으로 승부해서 명성도 얻었다.맛과 격조 쌍두마차가 향기를 뿜어내니 기분 좋은 건 당연.지역을 찾는 명사들의 단골로 정평이 나 있고 그 입소문은 전국을 몇바퀴 돌았다.
부부가 부지런히 손님을 맞으면서 환대하고 마주하는 격이 신뢰를 보태준다.A급 고기 전문점으로 지역의 식도락 품위를 지켜주는 집이다.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