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하복리는 설악동 장재터를 넘어가도 되고 물치에서 올라가도 된다. 교통편이 참 좋은 마을 삼거리에 단아한 기와집이 있는데 이곳이 ‘복골 양지마을 추어탕 막국수’ 집이다.
요즘같은 더위에 몸이 축 날때 추어탕 한그릇은 보양식이다. 어릴적 개울에 나가 솥단지 걸고 옹고지를 잡아서 해 저물도록 끓어 먹던 기억이 새롭다. 한그릇 더 먹기 위해 용암 개울 둑방 뜀박질도 했으니 웃음이 나는 추억이다.
이 집이 바로 그 옹고지탕을 잘하는 맛집이다. 비결이 있다.원재료가 좋다. 집근처 논두렁에서 옹고지를 잡아다가 호박잎에 소금을 버무려서 옹고지를 숨죽여 채로 걸러내는 방식으로 끓이고 있다. 지역에서 오랜 세월 전승돼 온 레시피다.
김용근 사장은 “아침마다 옹고지를 뜨러 가는데 도랑 아래서 기다리면 옹고지들이 고개를 내밀면서 가득 잡힌다”고 말한다. 요즘 보기 드문 채취 방식이고 100퍼센트 자연산이다.김사장은 어릴적 추억 그대로 끓인다.
계란에 뚜데기라고 부르는 밀가루 반죽 그리고 부추를 넣고 보글 보글 끓이면 옹고지탕이 완성된다. 옹고지탕은 국물이 핵심이다. 걸죽하지 않고 밋밋하지 않는 적당한 농도의 국물을 떠먹는 맛으로 시작한다. 이런 시절 이렇게 해서 몇대접씩 먹었다. 그리고 뚜데기 건져 먹고 밥을 말아 후루룩 하는 순서로 옹고지탕을 섭렵한다.
24년째 옹고지탕을 내놓고 이 집은 김용근 사장이 태어난 곳이다. 젊어서 객지생활을 하다가 집을 지키기 위해 귀향했고 부인과 식당을 운영중인데 신뢰와 정성으로 인심을 크게 얻어 성업중이다.
아담한 뜨락에 분재며 화초도 키우면서 전원생활의 맛을 쏠쏠하게 즐기며 살고 있다. 이 집의 포인트중 하나는 집앞으로 물길이 나 있어 365일 졸졸졸 물이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멋스럽고 생명력이 넘치는 광경이다.
덧붙여 막국수도 일품, 메밀향 진한 면발과 시원한 동치미 국물 역시 지역 막국수 레시피를 그대로 전수하는 토종맛이다. 이게 진정한 로컬의 맛이고 복골 양지말이집은 그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