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고) 영랑호를 지키는 일이 곧 속초 관광의 미래다 ― 초고층 개발보다 자연과 풍경의 가치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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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관광정책이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그동안 속초는 관광 활성화라는 이름 아래 끊임없이 새로운 시설과 인공구조물을 세우는 데 힘을 쏟아왔다. 초고층 아파트와 대형 숙박시설, 관광단지 개발이 도시 곳곳을 채워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느끼는 속초의 매력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이제 솔직하게 되돌아볼 때가 됐다.

요즘 속초의 바다와 영랑호 주변을 바라보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몇 년 사이 들어선 초고층 건물들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빠르게 바꿔놓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점점 콘크리트 벽 뒤로 가려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관광도시의 모습인지 묻고 싶다.

관광은 건물을 많이 짓는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도시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암스테르담은 운하와 거리 풍경 자체가 관광자원이다. 유럽의 작은 도시들도 특별한 초고층 건물 없이, 골목길과 광장과 풍경만으로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진짜 관광 경쟁력이다.

속초에는 이미 세계 어디에도 없는 소중한 자산이 있다. 바로 석호인 영랑호다.

영랑호는 속초의 가장 차별적인 자연유산이자 도시의 정체성 그 자체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또 무엇을 짓느냐가 아니다. 어떻게 보존하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누릴 수 있게 하느냐다.

영랑호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면서 사람들이 쉬고 걷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듬어 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호수 주변에 잔디밭을 넓혀 사람들이 누워 석양과 울산바위를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보행자 길을 넉넉하게 정비해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를 확대해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바꿔가야 한다. 속초의 경쟁력은 결국 자연과 풍경, 그리고 사람이 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의 품격에서 나온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북부권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각종 개발사업들은 결국 숙박시설과 부동산 개발로 귀결되고 있다. “무언가를 새로 지어야 관광객이 온다”는 낡은 생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광객은 이제 단순히 잠만 자고 떠나는 도시를 찾지 않는다. 걷고 싶고, 머물고 싶고, 다시 오고 싶은 도시를 찾는다.

지금 속초는 어디를 걸어도 차가 우선이고, 고층 건물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도시 전체가 사람보다 차량과 개발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관광객이 오래 머물 이유도, 지역에 소비를 남길 이유도 자연히 줄어든다. 결국 바람 한 번 쐬고 스쳐 지나가는 도시로 굳어질 뿐이다. 관광수입이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초호의 현실은 속초 관광정책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다와 맞닿은 아름다운 석호이지만, 수질 악화와 악취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호수가 병들어가는데 그 주변에 아무리 높은 건물을 세운들 무슨 소용인가. 자연과 환경의 질을 회복하지 못한 채 숙박시설과 식당만 늘리는 정책은 결국 허상에 불과하다.

속초 관광의 미래는 더 많은 건물을 세우는 데 있지 않다.

도시를 얼마나 아름답고 쾌적하게 가꿀 것인지, 시민과 관광객이 얼마나 걷고 머물고 쉬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에 달려 있다. 이제는 개발 규모 경쟁에서 벗어나 속초만의 자연과 풍경, 삶의 속도를 지키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진지하게 논의되길 바란다. 관광객 숫자나 개발 계획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속초라는 도시를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토론이 필요하다. 그런 논쟁이 지금의 속초에는 절실하다.

속초는 아직 늦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연보다 개발을, 풍경보다 건물을 앞세우는 정책이 계속된다면, ‘관광도시 속초’라는 이름도 머지않아 빛을 잃게 될 것이다. 영랑호를 지키는 일이 곧 속초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글: 김진호 (가명 속초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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