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의 울림, 영랑호를 깨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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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속초에서 열리는 ‘생태보고 영랑호의 미래를 묻다-시민의 공원인가, 파괴적 개발인가’ 토론회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최덕림 총감독이 초청된 것은 단순한 강연자 섭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금 속초가 처한 현실 때문이다.

속초는 오랫동안 관광도시를 표방해 왔다. 그러나 관광정책의 상당 부분은 무엇인가를 더 짓는 데 집중돼 있었다. 더 높은 건물, 더 큰 시설, 더 화려한 인공구조물에 기대어 관광객을 불러모으려 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초고층 건물들로 채워지고 있다. 설악산과 바다, 호수가 만들어낸 천혜의 경관은 점점 가려지고 있다. 시민들의 조망권과 도시 경관은 훼손되고 있으며, 속초만의 고유한 정체성은 희미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영랑호는 아직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자연유산이다.

설악산을 배경으로 호수와 숲, 철새와 생태가 공존하는 공간. 도심 한가운데 이런 자연을 품은 도시는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다. 어쩌면 속초가 가진 가장 강력한 미래 자산일지 모른다.

그런데도 지금 영랑호는 또 다른 개발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

마치 무언가를 더 지어야 관광객이 오고, 무언가를 더 세워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오래된 믿음이 여전히 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순천만의 경험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순천은 습지를 매립하지 않았다. 더 큰 건물을 세우지 않았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고 그 가치를 시민과 함께 누리는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순천만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관광지가 됐다.사람들은 순천만에 쇼핑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놀이시설을 이용하러 가는 것도 아니다. 그곳에서 걷고, 쉬고, 바라보고, 머문다.

순천만은 관광의 개념 자체를 바꾸었다.관광은 소비만이 아니라는 것.관광은 휴식이고 여유이며 쉼이라는 것.사람은 결국 아름다운 풍경과 평온한 시간을 찾아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세계의 경쟁력 있는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건물을 짓는 도시가 아니라 더 좋은 풍경을 남겨둔 도시가 선택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영랑호는 그 자체가  경쟁력이고 보물이다.

설악산과 호수, 숲과 철새, 산책길과 일상 풍경이 어우러진 영랑호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자연 자산이다.부족한 것은 시설이 아니다.오히려 자연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용기다.

순천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여기에 있다.성공은 더 많이 짓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번 토론회에서 최덕림 감독이 들려줄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그가 만든 것은 단순한 정원이 아니었다.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었다.이제 그 울림이 영랑호에도 닿을 수 있을까.지금 속초는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글:김형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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