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위원 김호의 세상비평 ✍✍✍
1950년대의 속초. 이곳에는 총성과 불길이 가시기도 전에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의 삶이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속초는 분단의 현실을 딛고 자유민주주의 품에 안긴 한 도시의 상징이 됐다. 그렇게 수복탑이 생겼다.
수복탑은 6.25 전쟁 당시 북한 치하였던 속초가 국군의 손에 되돌아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탑이다. 군사적 수복의 상징이지만, 그 의미는 단지 전투의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 광복 이후에도 완전히 하나 되지 못한 이 땅에서, 수복탑은 “자유를 되찾은 도시”, “국토의 재통합”이라는 상징으로 기능해왔다.
또 다른 면에서, 수복이라는 단어가 말해주지 못하는 삶의 깊이가 있다. 그 어디에선가 떠나온 사람들, 그리고 갯배를 타고 삶을 이어온 실향민들의 시간이 그렇다. 이 땅을 되찾은 군화의 발소리 이면엔 고향을 등지고 내려온 실향민들의 조용한 눈물이 있었다. 바로 이들의 삶을 잇는 상징이 ‘갯배’다.
청호동 아바이마을과 속초 시내를 잇는 손노젓는 배, 갯배는 단지 교통수단이 아니라 실향과 정착, 그리고 새로운 공동체의 연결고리였다.
수복탑과 갯배는 나란히 존재하면서 서로 다른 시선으로 같은 역사를 말한다. 수복탑이 전쟁과 국토 회복의 거시적 맥락을 드러낸다면, 갯배는 전쟁 이후의 미시적 삶의 증거다. 하나는 ‘국가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둘이 함께 있을 때, 우리는 광복과 분단, 평화와 통합의 복합적 의미를 비로소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수복탑과 갯배에는 자유, 재통합, 실향, 정착, 연결이라는 시대적 가치가 있다. 이 두 가지 역사적 상징을 조화롭게 융화시킬 때 비로소 평화와 통일로 가는 미래의 길을 만날 수 있다.
오늘날 갯배는 속초의 관광 콘텐츠로 변모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실향과 그리움, 그리고 평화를 향한 염원이 담겨 있다. 마찬가지로, 수복탑도 단지 비석이 아닌 자유와 재통합을 담은 상징으로 기념해야 한다.
이제는 이 두 유산을 연결해 현대적 정신문화로 승화시킬 때다. 수복탑에서 시작해 갯배를 타고 아바이마을로 이어지는 평화의 길을 조성하고, 그 안에 역사 해설과 체험, 예술과 치유의 콘텐츠를 넣는다면 속초는 ‘기억을 걷는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다.
광복은 과거형 사건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재해석하는 방식 속에서 광복은 계속해서 살아 숨 쉰다. 수복탑과 갯배, 그 두 상징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단순한 과거의 기억이 아닌, 미래의 평화와 연대라는 문화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수복탑과 갯배 공간에 대한 난개발, 이를 어떻게 치유할지 시민 모두가 같이 고민해야 한다.
(편집위원 김 호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