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은 종종 먹고 싶어 질 정도로 땡기는 음식이다. 워낙 대중적이고 잘한다고 하는 집도 많지만 실제 입맛을 살살 녹이는 집 찾기 쉽지 않다. 쉬운 듯 보이면서 까다로운 게 설렁탕 아닌가 싶다.설렁탕은 국물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걸 넘어서는 레시피가 필요하다.
속초 조양동에 위치한 털보네 설렁탕은 그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입맛 까다로운 지인과 비오는 날 들렀는데 정말 개눈 감추듯이 국물을 다 비우고 거기다가 반찬도 두어벌 해치운 것 아닌가. 설렁탕 진수를 맛봤다는 그의 평을 여기에 옮겨 본다.
설렁탕하면 밥이 별도로 나오는 따로 국밥식인데 이 집은 솥밥이 별도로 나온다. 솥밥의 뜨끈함은 물론이고 쌀의 품질이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윤기가 넘친다.쌀이 좋다는 의미다. 설렁탕집에서 어딘지 모르게 2프로 부족함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밥의 퍼석함이다. 국물은 좋은데 쌀이 그렇다 보니 이게 국물과 융합해도 찰지게 다가오지 못한다. 그 점에서 털보네는 환상적인 조화를 선보이고 있다.상차림이 완전 다르다.
국물은 말 그대로 진하다. 푹 고운 맛이 입안에 평화를 준다.간판명 털보네와 다르게 도시적인 외모의 장봉훈 사장 내외는 이미 토종닭 요리로 목우재 근처에서 명성을 떨친 노하우가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설렁탕을 내놓고 있는데 내공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설렁탕 안에 들어가는 고기 식감이 참 부드럽다. 설렁탕 고기가 두껍고 텁텁해도 그렇고 너무 커도 불편한데 그런 우려 전혀 없다.고기를 써는 각도와 두께가 참 적절하니 씹기도 좋고 설렁텅 국물과 혼합되어 다가오는 전체적인 맛도 기가 막힌다.이 대목이 숙련된 기술이다.
하나 더 보태면 안주인의 반찬 솜씨를 빼놓을 수 없다. 설렁탕과 깍두기는 실과 바늘인데 듬직한 모양의 깍두기는 그냥 요리라고 해도 좋을 성 싶을 정도로 상큼하고 좋다. 거기에 김치맛도 보태지니 코를 들이 박고 설렁탕에 빠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고 그게 설렁탕 먹기 제맛 아니겠는가.솥밥이 모자라면 공기밥은 무한정 무료다.
푸근하고 친절한 주인 내외의 성정이 많은이들을 불러 모으고 그래서 언제나 이야기 꽃이 넘치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원래 주특기였던 백숙요리도 주문형식으로 내놓는다. 능이백숙은 가히 명품이라 할 정도로 국물은 진하고 고기는 부드럽고 향기는 미묘하다는 평을 덧붙이고 싶다. 설렁탕 한 그릇에 부자된 느낌을 가질수 있는 털보네 설렁탕은 그래서 부자집이다.
내비용으로 주소를 첨부하면 속초시 소평로 94(조양동), 주차도 좋다.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