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넘는 세월을 버텨온 이곳은 이제 속초에 남은 유일한 조선소다.
청초호를 마주한 800여 평 부지에는 오래된 철제 구조물과 선박 수리 흔적들이 켜켜이 남아 있다. 한때는 영북지역을 대표하던 조선소였지만, 지금은 쇠락한 지역 어업의 그림자 속에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창조선소는 휴전 이후 급성장하던 속초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함경남도 이원이 고향인 박병준 사장의 부친은 월남 후 속초에 정착했고, 1953년 대창조선소를 세웠다. 당시 속초는 어업 기반 도시로 급성장하며 시로 승격했고, 청초호 일대에는 크고 작은 조선소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하나둘 문을 닫았다.칠성조선소마저 카페로 변신한 뒤, 이제 청초호에는 대창조선소만 남았다.
박병준 사장은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1996년부터 가업을 잇기 위해 조선소 일을 시작했다. 한때는 속초는 물론 타 지역에서도 선박 수리가 몰려들 정도로 규모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어선 제작과 수리, 엔진 교체 작업까지 활발히 이뤄졌고, 지역 어업 전성기와 함께 조선소도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크게 달라졌다.
어업 침체로 선박 자체가 줄어든 데다, 선박 재질이 FRP 등 고급화되면서 과거처럼 잦은 수리 수요도 사라졌다. 자연스레 일감은 급감했고, 조선소 운영은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다.
박 사장은 “직원들 월급 주는 것도 벅찰 때가 많다”며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건지 솔직히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업이라는 책임감과 항구도시 속초라는 자부심으로 버텨왔지만 현실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청초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대창조선소 부지는 입지 면에서도 이른바 ‘노른자 땅’으로 평가된다. 개발 논리만 앞세운다면 얼마든지 다른 용도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역 일각에서는 대창조선소를 단순한 노후 산업시설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속초의 산업사와 피난민 정착 역사, 어업 도시의 흥망을 모두 품고 있는 속초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지역 유산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세대에게는 배를 만들고 수리하는 현장 자체가 보기 드문 풍경이 됐다. 조선소의 작업 과정과 공간은 그 자체로 산업문화 자원이자 견학·체험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역 문화계 한 관계자는 “대창조선소는 단순히 오래된 조선소가 아니라 속초 근현대사의 상징 같은 공간”이라며 “보존과 활용을 함께 고민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속초의 마지막 조선소.청초호 바람을 견디며 버티고 있는 대창조선소의 시간도 이제 갈림길에 서 있다.
류인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