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은 이제 보편적인 메뉴가 되었지만 이걸로 승부하기가 쉽지 않다.은근 까다로운 게 청국장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청국장이 익숙치 않은 편이다.맛이라는 게 냄새에 익숙해지는 건데 막장에 미역 넣고 끓이는 스타일에 익숙하다 보니 청국장 맛을 뒤늦게 알았다.
봄 기운이 스멀스멀 오니 몸도 풀리는 듯 하니 청국장을 택했다. 속초 엑스포 공원과 마주하고 있는 부부촌.개업한지 그리 오래된 곳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이 집 솥밥 청국장은 맛과 따스함이 넘치는게 특징이다.
보글보글 탁자에서 끓는 청국장 소리가 봄을 재촉하는 소리 같다.장맛 냄새가 코를 흔든다. 청국장 특유의 강한 냄새는 미각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 점에서 부드럽게 멤도는 장이 끓는 냄새 군침을 돌게 한다.부부촌 청국장 맛은 아마도 지역의 장맛을 고려한 레시피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그래야 보편적인 입맛에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송송 썰어 얹은 두부에 이거 저거 토핑이 올라 앉은 청국장을 접시에 담아 내니 별도 요리를 한 접시 마주한 듯하다.솥밥에서 덜어 낸 밥에 얹으니 먹기 안성맞춤이다.청국장인듯 아닌 듯하면서 배어 있는 장의 깊은 맛은 짜지고 싱겁지도 않은 경계선에서 미각을 자극한다.요게 묘미다.입안에 미각이 몸으로 바로 전이되는 듯한 느낌이다.
보글 청국장의 따스함과 솥밥의 온기가 합쳐 한술 넣으니 속이 따스하다. 뱃속이 편하다.그렇게 세 접시를 덜어 뚝닥 해치우고 말았다.식탐이라는 게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닌지라 맛나면 서두르는 게 늘 탓이다.가벼운 포만감이 느껴질 때 솥단지에서 부은 누릉지가 잘 익었다.청국장도 개운한데 끓인 숭늉도 개운하니 상큼함이 봄기운 같다.청국장 힘으로 이 봄에는 기운을 좀더 내보자.
송지헌 사장은 이곳 엑스포공원에서 부부촌을 운영하기 전 노학동에서 2019년 산불을 만나 식당이 전소하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어려운 여건에서 가족들과 다시 문을 열고 재기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언제나 쾌활하신 아버지와 함께 손님을 맞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고 뭉클하다.코로나로 어려운 때 이렇게 가족들이 합심해서 난국을 극복하는 모습 또한 애잔하다.가족이 정성으로 끓여 내는 청국장 역시 가족을 생각하는 맛 그 자체다.
항구도시라고 해서 해물만 있고 해물만 먹는 곳인 아니다. 식도락은 다양성이 공존할 때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나는 법이니 속초에서 청국장 먹는 기회를 부부촌에서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의 식도락이라 하겠다.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