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이르면 7월 속초 북부권 군 통신시설 고도제한 해제를 고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년 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장사동과 영랑동 주민들에게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규제는 풀려야 하고, 주민들의 권리는 회복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고도제한이 풀리면 무엇을 만들 것인가.
규제가 풀렸다는 이유만으로 고층 아파트와 대규모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개발이 과연 북부권의 미래일까.
속초는 이미 남부권에서 그 답을 경험했다. 청초호와 해안가를 따라 들어선 초고층 건물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었지만, 동시에 조망권 논란과 경관 훼손, 생활형숙박시설 난립이라는 부작용도 함께 남겼다. 개발은 있었지만 시민 모두가 행복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당초 기대했던 인구증가, 경제활력 효과는 초라하다.
북부권은 다르다.
영랑호와 장사해변, 설악산이 한눈에 이어지는 속초의 마지막 저밀도 경관지이며,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이다. 이곳마저 초고층 경쟁에 내맡긴다면 속초는 도시의 마지막 경쟁력을 스스로 잃게 된다.
그렇다면 북부권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바로 속초 새마을이다.
속초해수욕장 바로 옆에 위치한 새마을은 1968년 조성된 마을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재개발 압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고층 개발 제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무조건 허물고 새로 짓는 길 대신 기존 마을을 살리는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는 놀랍다.
골목마다 커피숍과 식당, 공방, 소품점이 들어섰고, 관광객들은 일부러 골목을 걸으며 마을을 즐긴다. 고층 건물 하나 없이도 지역경제는 살아났고,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 새로운 소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새마을은 ‘재개발을 하지 않은 성공 사례’가 아니라, ‘사람을 남긴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다.
우리는 흔히 지역의 부를 건물 높이에서 찾는다. 그러나 진정한 지역의 부는 주민이 떠나지 않고, 골목이 살아 있으며, 관광객이 지역에서 소비하고, 그 이익이 다시 주민에게 돌아가는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북부권 역시 이런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고도제한 해제는 건물을 높이라는 신호가 아니라, 이제 주민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기회를 의미한다. 따라서 행정도 개발 허가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경관관리계획과 생태보전 원칙, 주민 중심 도시재생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특히 영랑호와 장사해변, 설악산으로 이어지는 경관축은 속초의 공공자산이다. 한번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해안과 호수변은 저층 중심의 경관 관리와 보행 친화 공간, 소규모 창업, 문화예술, 체류형 관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도시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관광의 패러다임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나 지역에서 소비했느냐가 관광도시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새마을은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주민이 살고, 관광객이 머물고, 지역경제가 함께 살아나는 구조다.
북부권도 충분히 그 길을 갈 수 있다.
고도제한 해제는 북부권의 새로운 출발이다. 그러나 그 출발점이 또 하나의 초고층 도시를 만드는 길이어서는 안 된다.
속초는 이미 새마을이라는 살아 있는 교과서를 갖고 있다.
이제 북부권은 남부권의 개발을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새마을이 보여준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
그 선택이 앞으로 50년 속초의 도시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글:김형자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