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뜨거운데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설악권 지방선거가 던지는 씁쓸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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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후보들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유권자들의 마음 한켠에는 허탈감이 남는다. 후보들은 과거 논란을 끄집어내고 상대방의 흠결을 공격하는 데 열을 올리지만, 정작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생산적인 비전 경쟁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악권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구는 줄고 청년은 떠나고 있으며, 지역경제는 관광 성수기와 비수기의 반복 속에서 좀처럼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서 지역의 미래 산업지도나 장기 성장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무엇보다 주민 소득 기반이 상대적으로 턱없이 약하다.

반면 강원도 다른 지역을 보면 상황은 다르다. 춘천은 행정·바이오 중심도시 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원주는 의료기기와 첨단산업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강릉 역시 에너지 산업과 연구기반 확충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선거 때마다 이들 지역에는 굵직한 국가사업과 산업정책이 제시된다.

그렇다면 속초·고성·양양·인제를 아우르는 설악권의 미래 전략은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답이 없다.

관광도시를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관광객 수 증가나 시설 확충, 인공구조물 건설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관광을 산업으로 연결하고, 지역의 자연자원과 문화자산을 주민 소득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장기 전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과 가을에는 반짝 활기를 띠지만 비수기가 되면 지역 상권은 다시 어려움에 빠진다. 이른바 ‘천수답 관광경제’ 구조다. 외부 방문객 소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재의 경제구조로는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설악권이 가진 진짜 경쟁력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설악산과 동해안, 산림자원과 청정환경, 접경지역의 특수성, 웰니스 자원, 생태관광 자원 등은 전국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자산이다. 문제는 이를 하나의 산업생태계로 발전시키는 상상력과 실행전략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영랑호 문제만 봐도 그렇다. 부교 설치 논란에 이어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지역사회에서는 이 사업이 속초의 미래 관광정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지역경제와 시민 삶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부족하다. 찬성과 반대를 넘어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무엇이 지속가능한 발전인지, 어떤 관광 모델이 지역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실종돼 있다.

무엇을 짓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왜 짓고, 그것이 지역에 무엇을 남기느냐다. 그러나 지금의 논의는 사업 자체에만 집중될 뿐 지역의 장기적 비전과 연결되는 전략적 논쟁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는 단순한 관광도시를 넘어 자연유산 기반 산업도시를 고민해야 한다. 기후·환경 산업, 산림치유와 웰니스 산업, 생태관광과 교육산업, 친환경 에너지와 탄소중립 산업 등 설악권만의 특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관광객이 잠시 머물다 가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살고, 일하고, 창업하는 지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조차 이러한 논의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정치인들은 중앙정당의 구도 속에서 움직이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사업 유치에 의존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설악권 전체를 하나의 생활권·경제권으로 묶어 공동 미래전략을 만들자는 논의도 여전히 부족하다.

관광지라는 이름은 화려하지만 내실은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관광객 숫자는 늘어도 지역 청년들은 떠나고, 숙박시설은 늘어도 안정적인 일자리는 부족하다.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고, 미래를 책임질 산업 기반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설악권은 결코 변방이 아니다. 강원도의 환경과 관광, 안보와 북방 교류 가능성을 동시에 품은 전략적 공간이다.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지역의 미래 비전이 실종되고 단기 개발공약과 비방전만 반복된다면, 그것은 설악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강원 정치 전체의 상상력 부족을 보여주는 것이다.

선거는 곧 끝난다. 그러나 선거 이후에도 남는 질문은 하나다.

설악권은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이번 선거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설악권은 또다시 관광 의존 경제의 한계를 반복하며 낙후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 후보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향한 치열한 상상력과 실천 전략이다.

지역의 미래를 말하지 못하는 선거는 결국 현재를 소비할 뿐이다. 그것이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설악권 주민들의 가장 큰 안타까움이다.

설악투데이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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