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을 생활인구로 묶어 숫자만 키우면 지역소멸 해법인가
속초의 생활인구가 월평균 71만6,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속초시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를 분석한 결과, 속초의 월평균 생활인구가 71만6,09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어난 수치로, 강원도 내 16개 통계 작성 대상 지역 가운데 강릉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자랑할 만한 숫자다.
하지만 이 숫자를 곧바로 ‘지역 활력’이나 ‘인구소멸 극복’의 증거로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생활인구 71만 명과 지역에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 71만 명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생활인구 개념에는 주민등록을 한 정주인구뿐 아니라 통근·통학이나 관광 등의 목적으로 해당 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포함된다. 속초의 경우 관광객과 체류객이 생활인구를 크게 끌어올리는 구조다.인근 고성 양양 인제서 오가는 생활인구가 다 포함된것이다.
71만 명이라는 생활인구가 속초의 산업과 일자리를 얼마나 늘렸고, 청년을 얼마나 붙잡았으며, 지역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했느냐는 것이다.
속초는 이미 연간 2,500만 명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홍보돼 왔다. 그런데도 정주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고령화라는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연간 2,500만 관광객에 이어 이번에는 월평균 71만 명의 생활인구다.숫자는 계속 커지는데 왜 지역의 근본적인 인구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생활인구 만능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생활인구는 분명 중요한 지표다. 관광객과 체류객이 얼마나 지역을 찾고 있는지 파악하고 행정수요를 산정하는 데 유용하다.그러나 생활인구가 정주인구를 대신할 수는 없다.
관광객은 관광이 끝나면 돌아간다.통근자는 일을 마치면 돌아가고, 통학자는 학교가 끝나면 돌아간다.
생활인구 통계에서는 이들이 모두 지역에 ‘머문 사람’으로 잡히지만, 이들에게 지역의 학교와 병원, 주택과 일자리, 육아와 노후생활을 책임지게 할 수는 없다.
결국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먹고살며 삶을 꾸려가느냐다.
속초가 정말 고민해야 할 숫자도 생활인구 71만 명이 아니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숫자는 얼마인지, 지역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양질의 일자리는 몇 개인지, 지역 기업의 매출과 고용은 늘고 있는지, 지역에서 창업한 기업이 몇 년이나 살아남는지, 출생아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관광객이 지역에서 실제 얼마를 소비하고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관광객 2,500만 명이 찾아와도 지역경제의 상당 부분이 외부 대기업이나 플랫폼, 대형 유통망으로 빠져나가고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다면 관광객 숫자는 지역경제 활력으로 그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관광객이 많다는 것과 지역경제가 건강하다는 것도 같은 말이 아니다.
더욱이 관광객 수와 생활인구를 각각 별개의 성과처럼 내세우면서 지역 활성화의 근거로 삼는다면 시민들은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관광객을 생활인구로 부르고, 생활인구를 지역 활력으로 부르고, 다시 지역 활력을 인구소멸 극복으로 포장하는 순간 숫자의 의미가 지나치게 부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관광객 숫자를 몇 명 더 끌어왔느냐를 놓고 경쟁하는 데 행정력을 소진할 것이 아니라 관광을 지역산업으로 연결하는 구조부터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찾아오는 도시를 넘어 사람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생활인구 71만 명이라는 숫자가 지역소멸의 해법처럼 소비돼서는 안 되고 거기에만 기대는 것은 본질을 애서 호피하는 무책임 행정이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통계상의 생활인구가 아니라 지역에서 먹고살 수 있는 산업, 지속 가능한 일자리, 그리고 그 일자리를 바탕으로 삶을 꾸릴 수 있는 정주인구이기 때문이다.
관광객 숫자 타령으로 날을 지새울 것이 아니라 이제는 지역 자체의 경쟁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설악투데이 특별취재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