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보듬고 굽어보는 영산, 운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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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산.
고성군 운봉리에 자리한, 높지 않은 산이다.그러나 이 산은 외관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긴다. 내력과 영험함,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기운이 서려 있는 영산이다.

해발 285미터 남짓, 봉긋하게 솟은 운봉산 정상에 서면 천하가 내 것이다. 사방이 막힘없는 360도 조망이 펼쳐진다. 뒤로는 맏형 격인 금강산 제1봉 신선봉이 병풍처럼 버티고 서 있고, 대청봉과 울산바위 등 태백산맥의 굵직한 강호들이 줄지어 선다. 앞으로는 푸른 동해가 끝없이 펼쳐지고, 그 사이사이로 너른 들과 마을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산을 품고, 바다를 안고, 강줄기를 앞가슴에 적신 자리. 삶을 굽어보는 천하의 길지다.

마치 모세의 시내산처럼, 신의 아들이 내려와 계시를 전하는 듯한 외형. 운봉산은 그런 자태를 지녔다. 지리적 위치 또한 절묘하다. 지역 어디에서든 운봉산을 바라볼 수 있고, 누구나 그 산과 눈을 마주친다. 그래서 운봉산은 살아 있는 기도처다.

구름이 정상부를 스칠 때면, 후지산이나 킬리만자로에 버금가는 아우라를 뿜어낸다. 자가발광체처럼 빛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이 산에는 기도가 있었고, 간절함이 있었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정성을 쏟고, 머리를 숙였던 이유다. 운봉산 아래 운봉리와 학야리에서 유독 많은 인물이 배출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운봉산은 여성스럽다. 억세지도, 울퉁불퉁하지도 않다. 봉긋한 처녀 같기도 하고, 둥근 지붕 같기도 하다. 그 부드러운 여성성 안에 남성적인 강인함을 함께 품고 있다. 생명과 우주를 함께 안고 있는, 궁합이 좋은 산이다.

산의 후면으로 가면 현무암 주상절리가 꼭대기에서 아래로 강처럼 흘러내리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돌강’이라 부른다. 수억 년의 시간을 견뎌낸 고급 암석들이다. 건강과 자연 조경에 좋다고 알려지며 한때는 광산 개발이 시도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운봉산은 다양한 꽃과 식물이 서식하는 양생의 전원이자 건강한 생태계를 품고 있다. 여름철 푸르른 산자락에서는 청정한 산소가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

운봉산은 아직 미답의 처녀지처럼 서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증거다. 자연부락을 중심으로 미술관, 파크골프장, 무릉도원 같은 계곡이 어우러지며 운봉산 일대는 새로운 미학과 관광 잠재력을 키워가고 있다. 보다 체계적이고 정교한 계획과 실행이 더해진다면, 운봉산은 역사와 문화, 자연을 함께 품은 일급 경관 지역으로 거듭날 것이 분명하다.

바라보고, 머물고, 느끼고, 빈둥거리며 산책하고, 멍하니 자연과 교유하는 곳.

입체적인 공감의 공간이자 쉼의 터전,
운봉산의 잠재력과 가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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