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엑스포 그 후, 광활한 공터만… 설악권, 치유관광 산업 전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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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지역에서 야심차게 열린 세계산림엑스포는 국내 최초의 산림 특화 국제행사로, 산림의 경제적·문화적 가능성을 대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지금, 그 행사장이 있던 자리는 광활한 공터로 흉하게 방치돼 있다. 사후 활용 계획 없이 치러진 엑스포는 결국 ‘일회성 이벤트’로 끝났고, 또 하나의 행정 실패 사례를 남겼다.

강원도 설악권은 전국에서도 유례없는 산림 자원을 가진 지역이다. 특히 인제, 양양, 고성 등은 청정 자연과 계곡, 온천, 숲길을 고루 갖춰, 치유 관광지로서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귀한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안목과 실행력의 부재로 관광자원화·산업화·지역 활성화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결과다.

최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세계치유박람회는 우리 현실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독일은 산림, 온천, 스파 등을 결합한 융복합 치유산업을 통해 연간 29조 원의 매출과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이 창업과 스타트업으로 몰리며, 치유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전역 350여 곳의 ‘치유센터’는 대부분 숲과 온천 인근에 자리 잡고 있으며, 공공의료보험이 치유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까지 갖추고 있다. 치유가 곧 ‘산업’이고, ‘정책’이며, ‘미래’인 셈이다.

반면 우리는 무엇을 남겼는가. 엑스포는 열었지만 실행계획은 없었다. 행사장은 공터로 남았고, 정책은 구호에 그쳤다. 또다시 천막치고 며칠 행사하고 끝나는, 낡은 방식의 반복이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설악권의 산림은 단순 보존을 넘어, 치유·관광·스포츠·문화 콘텐츠로 확장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치유의 숲’ 조성, 숲과 온천을 연계한 복합 힐링센터 구축, 산림 기반 스타트업 유치 등 실질적인 사업이 절실하다. 숲속 캠퍼스, 산림레저단지등등…문제는 자원도 아니고 가능성도 아니다. 행정의 안일한 안목과 실천 의지의 부족이 문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광활한 공터로 남은 엑스포 부지에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입혀야 한다. 산림이 가진 잠재력을 시대에 맞게 다시 설계하고, 사람과 산업을 불러오는 실행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 땅의 나무도, 지역도, 그리고 청년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윤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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