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희생양 고성…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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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과 철원, 화천 같은 접경지역은 오랫동안 ‘안보의 최전선’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적 희생을 감내해 왔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그 대가는 지역의 고립과 쇠퇴였다. 군사 규제와 개발 제한, 산업 기반 취약, 인구 유출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을 수십 년간 짓눌러 왔다.

특히 고성은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지역경제 기반이 크게 흔들렸다. 관광과 교류에 기대를 걸었던 지역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고, 청년층 이탈과 고령화는 더욱 심화됐다. 남북관계 경색이 반복될 때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도 결국 접경지역 주민들이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동정이나 선언적 지원이 아니다. 접경지역을 국가 균형발전과 평화경제의 핵심 축으로 바라보는 근본적 인식 전환이다.

독일의 분단 경험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독일은 통일 이전부터 서베를린을 단순한 ‘고립 도시’로 방치하지 않았다. 연방정부는 세금 감면과 기업 지원, 문화·교육 투자 등을 집중적으로 시행하며 서베를린을 살아 있는 도시로 유지하려 했다. 기업 유치와 문화 인프라 확충을 통해 시민들이 떠나지 않도록 했고, 그것이 결국 통일 이후 독일 재통합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특히 당시 동방정책 추진자  브란트는 단순히 통로를 여는 데 그치지 않고, 분단 접경지역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오늘날 우리 접경지역 정책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남북 통로를 연결하고 철도를 복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지역 주민들이 실제로 살 만한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함께 가야 한다. 사람이 떠나는 접경지역은 평화의 기반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접경지역 역시 단순히 도로 몇 개를 놓고 관광사업 몇 개를 추진하는 수준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없다. 사람이 머물고, 청년이 돌아오고, 기업과 문화가 살아 움직이는 구조를 만드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강원 북부 접경지역은 산업 기반이 극히 취약하다. 고성만 하더라도 지역 자체 경제 규모가 작고, 민간 투자 여력도 제한적이다. 문화시설과 교육 인프라, 의료 서비스 역시 도시 지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 시장 논리만으로 지역 생존을 맡겨둘 수는 없다.

접경지역 지원은 단순한 지역개발 정책이 아니다. 국가 안보와 균형발전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자 공동체 유지 전략이다. 이북이 보이는 곳에서 살아간다는 지정학적 부담과 경제적 불이익을 감내해 온 주민들에게 국가가 응답해야 할 시간이다.

이제는 보다 과감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접경지역 정주 여건 개선과 공공의료 확충, 교육·문화 인프라 강화, 청년 정착 지원, 기업 유인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접경지역 대학생과 청년층에 대한 특별 지원, 장기 거주 인센티브, 평화·생태 관광 특구 조성 같은 실질적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독일 브란트 전 총리가 남긴 “평화는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할 수 있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은 오늘의 접경지역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접경지역 정책은 단순한 지방 지원사업이 아니라 한반도 미래 전략의 핵심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접경지역을 더 이상 ‘변방’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이다. 접경지역은 긴장과 대립의 상징이 아니라, 미래 평화와 균형발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분단 70여 년 동안 희생을 감내해 온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이제 국가는 “버텨 달라”는 말이 아니라 “함께 살겠다”는 정책으로 답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의 시작이며, 지속가능한 평화의 토대가 될 것이다.

글:김형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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