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사, 400년 만의 일주문…영랑호·금강산 잇는 ‘지혜의 문’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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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 보광사가 400년 만에 사찰의 상징적 관문인 일주문 건립에 나선다. 이번에 공개된 설계도에는 단순한 출입문을 넘어, 자연과 인간, 속세와 불계를 연결하는 상징 구조물로서의 의미가 담겼다.

설계도에 따르면 일주문은 전통 사찰 건축 양식을 따른 2주 구조로, 양쪽에 원형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다층 공포(多層 栱包)를 얹은 뒤 곡선형 지붕을 올린 형태다. 전체 폭은 약 4.8m, 높이는 5.5m에 달해 수직적 상승감을 강조했으며, 기둥 간 간격은 약 3.7m로 설계돼 개방성과 장엄함을 동시에 확보했다.

특히 이번 설계에서 눈에 띄는 요소는 공포 구조다. 공포는 지붕의 하중을 기둥으로 분산시키는 전통 목조건축의 핵심 장치로, 층이 많고 구조가 복잡할수록 건물의 격식과 위계를 드러낸다. 사찰과 궁궐 등 상징성이 높은 건축에 주로 적용되는 다층 공포는 공간의 권위와 장엄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건축적 완성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도 여겨진다.

여기에 불교적 상징성도 더해진다. 층층이 쌓인 공포의 구조는 속세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는 단계를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래에서 위로 질서 있게 확장되는 형상은 번뇌를 넘어 불계로 향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일주문이 단순한 출입문을 넘어 사바세계와 불계의 경계를 이루고, 나아가 진리로 들어서는 문을 여닫는 ‘빗장’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붕 상단에 배치된 좌우 한 쌍의 조형물 역시 상징성을 더한다. 학 또는 백조 형상의 이 장식은 장수와 신성을 의미하는 존재로, 하늘과 인간 세계를 잇는 매개체로 해석된다. 이는 일주문이 자연과 인간, 성속의 경계를 연결하는 상징적 관문임을 한층 부각시키는 요소다.

이번 일주문은 입지적 의미에서도 주목된다. 보광사는 영랑호와 마주하고 있으며, 금강산 영봉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적 축 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주문은 영랑호와 금강산의 영험한 기운을 사찰 경내로 끌어들이는 ‘기운의 통로’ 역할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으로 해석된다.

불교에서 일주문은 속세에서 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기둥이 일렬로 서 ‘하나의 기둥’처럼 보이도록 한 구조는 번뇌를 하나로 모아 깨달음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광사의 이번 일주문은 이러한 전통적 의미 위에 다층 공포와 상징 조형, 자연 경관과의 조화를 결합해 공간적·정신적 역할을 한층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지역에서는 이번 사업이 단순한 사찰 시설 확충을 넘어, 속초의 자연환경과 역사성을 결합한 문화 경관 조성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00년 고찰  보광사 일주문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글:류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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