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사 대웅전 뒤편에 작은 물의 정원이 하나 생겼다. 이름하여 ‘반사연못’이다.
크고 화려한 연못은 아니다. 그러나 이 작은 물의 공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묘한 깊이가 느껴진다.
물은 거대한 암벽의 틈을 비집고 흘러나온다. 천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을 품었을 바위에 실핏줄 같은 물길을 내며 조금씩 세상으로 나온 물이다.
물은 약해 보이지만 강하다.
바위를 깨뜨리려 하지 않는다. 소리치지도 않는다. 그저 끊임없이 흐르면서 마침내 바위에 길을 낸다.
옛사람들은 물에서 사람의 도리를 배웠다.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자신을 높이지 않는다. 막히면 억지로 부딪치지 않고 돌아간다.더러운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네모난 그릇에서는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서는 둥글어진다. 자신의 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주변에 맞출 줄 안다. 오랜 세월 돌과 바위를 깎아 길을 내는 힘을 반사연못에서 만난다.
반사연못으로 흘러드는 물은 바다에 닿지 못한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속 바다에는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물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물이 가르쳐주는 여섯 가지 덕목을 생각하게 된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포용,
어떤 그릇에도 자신을 맞추는 융통,
바위도 뚫어내는 인내,
그리고 마침내 바다에 이르는 대의.
반사연못은 그 물 위에 반야(般若)의 배 하나를 띄워볼 수 있는 곳이다.
욕심과 번뇌를 내려놓고 지혜와 자비의 마음으로 건너가는 작은 마음의 배.
여기에 장자가 말한 ‘좌망(坐忘)’의 시간이 있다면 더 좋겠다.
무엇을 하려고 애쓰지 않고, 무엇을 얻으려 하지도 않고, 그저 물가에 걸터앉아 있을지어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보고, 잠시 자신을 잊어도 좋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행일 것이다.
대웅전 뒤편 작은 물의 정원에서 물은 오늘도 조용히 흐른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너의 마음은 어디로 흐르고 있느냐.”
반사연못은 그 질문을 비추는 작은 거울이다.
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