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는 여름,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차를 몰고 길을 나섰다. 이럴 때 차 안에서 보내는 드라이브 여정이야말로 최적의 피서다. 향한 곳은 구룡령. 언젠가 꼭 넘어보고 싶었던 준령이다. 우리 지역의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에 이어 ‘족보에 이름을 올린’ 구룡령이 늘 호기심을 불러왔다.
양양 송천마을 길가 감나무는 벌써 가을을 예고하는 듯 굵게 달려 있었고, 갈천마을을 지나자 사방을 감싼 짙은 숲이 다른 세상으로 인도한다. 드문드문 마주치는 차량 한 대, 호젓한 길을 따라 오르니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녹색의 평원이 파도처럼 드넓게 펼쳐졌다. 산세와 수목이 어우러진 장관은 그 자체로 ‘숲의 바다’였다.
삼봉휴양림을 지나 홍천쪽에 이르자 ‘은행나무 숲’ 간판이 반겨준다. 가을에 꼭 다시 찾아야 할 곳으로 마음에 새긴다. 고개를 내려서자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청량제를 건네주듯 다가왔다. 바닷물보다 차갑고 맑은 물소리는 귀만 기울여도 폭염을 식힌다. ‘스위스를 닮았다’는 표현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광원을 지나 상남 방향으로 접어드니 송림의 울창함이 정원의 입구처럼 단정하다. 차는 속력을 낼 수 없을 만큼 매혹에 붙잡히고 만다. 길가 ‘살둔 약수터’ 간판에 차를 세웠다.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약수를 마시니 온몸이 시원히 식는다. 조금 더 가니 마침내 살둔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깊은 산세에 폭 안긴 마을 풍경은 우물 속 한 점처럼 신비롭다. 이런 오지에서도 양배추가 탐스럽게 자라나니, 그야말로 고랭지 청정작물이다. 낯설고도 깊은 정적, 오지다운 풍경이 한여름 더위를 식혀 주었다.
상남을 지나 내린천을 끼고 이어진 긴 코스는 여전히 물소리와 녹색 향연이 찬란했다. 고성 집까지 돌아오는데 꼬박 다섯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만난 숲과 계곡, 그리고 신비로운 마을은 무더위를 잊게 한 선물이자 축복이었다. 진부령을 내려오며, ‘아, 우리가 이런 땅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감사가 저절로 마음을 울렸다.
글 변현주(카페 꽃담길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