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기 같은 단순함이 참 좋다…화가 김정호의 ‘겨울 설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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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을 큰산이라고 불렀다.동네 야산보다 크다는 의미에서다.집을  나서면 그 산줄기를 올려다 보는게 일상인데 요즘 설악산의 설경이 완벽하지 않지만 나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오늘 같은 날 폭설이 오면 얼만 좋을까 하는 마음에 큰산 대신 그림에서 만족했다. 화가 김정호의 눈덮인 설악의 모습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킨다. 눈이 백색 이불처럼 펼쳐져 있으니 그림인지 도화지인지 구분이 안간다.주욱 주욱 내리 긋고 흰색으로 두텁게 칠한 단순함이 많이 내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폭설은 단순하게 다가온다. 그냥 하얗다.그렇게 심플속에 깊은 의미를 드러내 보여주는 게 김정호의 특기다.복잡한 마음을 씻어 주는 세심이다.그 폭설의 거대한 산밑에 콩알만한 자동차가 점처럼 박혀 있으니 장엄한 자연앞에 옹졸한 인간의 모습 같다.장대함과 신비함 그리고 황홀감이 겹쳐 온다.내면에서 간구하는 그리움인가.소리없는 와침인가? 흰산 뒤 청명한 하늘이 부른다.

김정호의 백색 캔버스는 다른 차원에서 청산이요 시작이다.백지에 그림을 그린다는,새로운 구상과 설계의  의미가 거기 있는 듯하다.시작을 하려면 저렇게 빈 황폐함이 먼저다. 사라져야 새것이 오니.소음같고 오물같은 잡다한 갈것들은 저 눈속에 파묻혀 없어졌으면 좋겠다.날도 춥고 세상도 어수선하다. 김정호의 백설기를 보면서 혼탁한  세상에 대한 영혼 맑은 기대로 읽어도 그림맛이 좋다. 그러고 보니 세모고 곧 새해가 시작된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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