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서울고등법원 춘천제1행정부 항고심. 화진포관광개발이 신청한 집행정지가 1심에서 인용되자, 고성군은 항고했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인 행정소송의 흐름이다. 그런데 그 다음이 이례적이었다. 함명준 고성군수가 직접 진정서를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군수 명의의 진정서. 행정소송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행정소송에서 지자체는 통상 법무담당관이나 소송수행자를 통해 대응한다. 지자체장이 직접 진정서를 써서 재판부에 내미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 사건이 군수에게 각별했다는 뜻이다.
집행정지가 인용됐다는 것은 법원이 고성군의 처분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다. 사업권 취소 처분이 흔들리는 순간, 그 처분의 수혜자도 흔들린다. 군수가 직접 진정서를 들고 항고심 재판부를 찾아간 것은, 그 흔들림을 막아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함군수 진정서의 핵심 주장은 단 하나였다. “고성군은 신청인에게 군유지 사용동의서를 발행한 사실이 없다.” 토지사용동의서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사업권의 법적 근거를 허물겠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주장이 거짓이었다는 점이다. 2015년 8월 19일자 고성군 관광문화과 공문(관광문화과-16565)은 엄연히 존재했다. 군수 직인이 찍혀 있고, 당시 관광정책담당 김동완의 결재 서명이 선명하다. 피고소인 중 한 명인 김동완 자신이 결재한 문서다. 자신의 부하가 결재 서명한 공문을 두고, 군수는 법원에 “발급한 사실이 없다”고 진정서를 냈다. 이후 법원의 사실조회에는 “위조된 공문서”라고 회보했다. 감정 대상조차 맞지 않는 인영감정서까지 첨부했다. 한 걸음씩 거짓을 쌓아 올린 것이다. 그것도 군수라는 직위의 이름으로.
직위는 신뢰를 담보한다, 그 신뢰를 노렸다 재판부는 현직 군수 명의의 진정서를 의심하지 않는다. 지자체장이 법원에 허위 진정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판사는 없다. 피고소인들이 노린 것은 바로 그 지점이었다. 공직의 신뢰는 제도가 작동하는 토대다. 그 토대를 무기로 삼아 사법 판단을 비틀었다면, 이것은 단순한 허위공문서 사건이 아니다. 사법부에 대한 허위 진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고 그 기망의 목적이 특정 기업의 사업권을 박탈하고 다른 기업에 넘기는 것이었다면,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호반은 사업권을 넘겨받은 지 5년이 넘도록 착공하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불특정 다수를 위한 호텔형 생활숙박시설을 소수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회원제 콘도로 바꾸려 하고 있다. 화진포국제관광휴양지의 공익적 목적은 처음부터 명분에 불과했다는 방증이다. 공익을 위해 사업권을 취소했다면, 새 사업자는 더 빠르게, 더 공익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착공도 없이 5년이 흘렀고, 사업의 성격은 오히려 폐쇄적으로 바뀌었다. 군수가 직접 진정서를 쓰면서까지 지켜야 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사업권 취소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사업권이 교체됐는지, 수사기관이 반드시 파헤쳐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군수가 직접 진정서를 낼 필요는 없었다. 소송수행자가 있고,담당관이 있다. 그럼에도 군수가 직접 나섰다는 것은, 이 사건이 통상적인 행정 분쟁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언한다.
설악투데이 특별취재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