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도로주소판까지 갈아 치우는 속초시, ‘일괄 교체’라는 이름의 예산 낭비

0
561

최근 속초시가 조양동, 도문동, 장사동, 영랑동 일대의 건물번호판 2,430여 개를 일괄 교체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청학동, 설악동 등에서 3,100여 개를 교체한 바 있으며, 이는 도로명주소 도입(2012년) 이후 매년 반복되는 사업이다. 시는 “변색과 훼손이 발생한 번호판을 교체해 시인성과 안전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을 둘러본 결과  “멀쩡한 것도 왜 교체하느냐”는 반문이 나오고 있다.실제  장사동과 영랑동 대로변은 물론 골목마다 살펴봐도 번호판이 훼손되거나 식별이 어려운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이번 사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문제는 교체 방식이다. 실제 훼손 여부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교체하는 방침은 과연 비용 대비 효율적인 행정인가. 시청직원들은 “10년마다 집 문패를 바꾸는가”라는 반문이 나온다. 시는 예산 집행의 타당성을 ‘내구연한 경과’로 설명하지만, 법적 강제 기준도 아니며, 단순 연한 초과가 곧 기능 상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런 교체 방식은 시민들에게 두 가지 의문을 남긴다. 하나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 다른 하나는 책임 행정에 대한 회의다. 현재 도로 주소판이 잘 보이고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모두를 한꺼번에 바꿀 이유는 없다. 일부 훼손분만 선별적으로 교체하거나, QR코드 등 기능이 추가된 스마트 주소판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식도 있다. 보은군, 서산시 등 타 지자체는 시민 수요를 바탕으로 점진적이거나 기능강화형 교체를 시행해 수용성과 효율성을 함께 확보하고 있다.

이런식 사업은 시민들로 부터 신뢰는 커녕 오해받기 십상이다.속초시도 이제는 관행적 일괄 집행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선택적 교체와 기능 개선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할 때다.일각에서는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무리하게 일괄 교체한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윤길중

댓글 작성하기!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