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거리를 다녀보라. 관광객들은 “막상 먹을 게 없다, 비싸다”고 말하고, 지역 주민들조차 “이젠 외식할 데가 없다”고 토로한다. 이 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다. 속초의 식문화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다. 명태와 도루묵은 밥상에서 사라졌고, 실향민 음식은 이제 박물관 속 유물처럼 희귀해졌다. 정작 속초 바닷가에서는 속초 고유의 밥상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도 속초시는 ‘세계적인 음식문화도시’가 되겠다며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전은 거창한데, 현실은 그 반대다. 어획량 통계를 보면, 1980년대 16만 톤이 넘던 명태는 2000년대 들어 자취를 감췄고, 오징어도 90% 이상 줄었다.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지역 식탁에 오르던 재료들이 이제는 보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식문화 유산이 사라지고 있는 도시에서, ‘음식도시’라는 간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도시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음식문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속초시의 전략에는 긴 호흡이 없다. 비전은 선언에 그치고, 행사는 일회성에 머문다. 장관이 오면 간담회, 건물을 고치면 개소식, 몇몇 사업은 보고서로 마무리된다. 음식은 구경거리가 되고, 문화는 전시물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는 아무리 많은 예산이 투입돼도 일상은 바뀌지 않는다.
최근 ‘옛 할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그러나 공간만 생긴다고 문화가 살아나는 건 아니다. 그 안에서 어떤 음식이 재현되고, 누가 지속적으로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덕장과 건조기술, 실향민 조리법, 젓갈문화 등도 모두 좋지만, 지금의 속초 일상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유산들이다. 복고적 접근만으로는 대중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깊다. 198억 원이라는 예산이 3년간 투입되지만, 지금과 같은 방향이라면 결국 ‘행사용 잔치’로 끝날 것이라는 불신이 퍼지고 있다. 정작 시민의 참여는 없고, 공간만 리모델링된다면 이 사업은 특정 세력의 이벤트성 행정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돈잔치가 시작됐다”는 냉소가 이미 지역 곳곳에서 들려온다.
운영 주체 역시 뻔하다. 늘 사업을 따내던 익숙한 인물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일을 꾸민다. 그런 방식으로는 시민의 밥상을 바꿀 수 없다. 식문화는 종이 위 전략이 아니라, 한 그릇 밥과 함께 살아 있는 문화여야 한다.
지금 시민들 사이에서는 더 현실적인 대안이 나오고 있다. 오래된 음식점을 발굴하고 지원하자는 이야기다. 생선 굽는 향기로 가득한 노포, 시장통의 밥집들. 이들이야말로 속초 식문화의 뿌리다. 생활 기반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도시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다.
음식문화도시는 간판이 아니라 생활이다. 선언이 정책을 앞서고, 슬로건이 현실을 덮는다면 속초는 ‘음식도시’가 아니라 ‘예산 낭비 도시’가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방향을 다시 묻는 일이다. 보여주기식 행정을 멈추고, 밥상에서 출발하는 음식도시를 상상해야 한다.
답은 시민 안에 있고, 시장통 속에 있으며, 오늘도 조용히 문을 여는 오래된 식당 안에 있다. 속초의 음식문화도시는 선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식탁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윤길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