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라는 이름으로 위법을 덮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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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해수욕장 대관람차를 둘러싼 법적 논란이 일단락됐다.춘천지법 강릉지원이 속초시의 개발행위허가 취소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이 사안은 단순한 지역 관광시설의 존치 여부를 넘어 법집행의 원칙과 공공행정의 책임을 되짚는 계기가 됐다.

일부에서는 “이미 세워졌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랜드마크인데 굳이 철거까지 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이야말로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를 외면하는 태도다. 법원은 감사원 감사와 행정안전부 특별감찰을 통해 드러난 인허가 과정의 위법성과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 의혹을 근거로, 행정청의 사후적 시정 조치가 불가피하고 적법하다고 분명히 했다.

문제의 본질은 대관람차 그 자체가 아니다. 민자유치라는 이름 아래 공모지침이 왜곡되고, 평가 기준이 바뀌며, 행정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면 그 결과물은 아무리 화려해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랜드마크’라는 외피로 위법을 덮어두는 순간, 법은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장식품으로 전락한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구조가 시민이 아니라 특정 업자에게만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의 공간인 해수욕장 인근 공유수면과 관광자원이 사실상 사적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그 과정에서 행정의 책임은 흐릿해졌다. 이는 시민 재산이 공익이 아닌 사익으로 이전되는 전형적인 왜곡 구조다. 법집행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민의 재산과 권리를 환원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속초시가 이번 판결을 근거로 철거와 원상회복 절차에 나서겠다는 방침은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위법 사항을 ‘현실적 대안’이라는 명분으로 방치하는 것은 문제를 봉합하는 것이지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즉각적인 위법 치유, 다시 말해 철거 집행은 행정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과정이고 그 점에서 속초시는 집행일정을 내놔야 한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철거 이후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행정과 일부 사업자가 밀실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충분한 공론화와 시민 의견 수렴을 통해, 속초에 진정으로 필요한 관광·문화 콘텐츠가 무엇인지 다시 논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나 재구축이 논의된다면, 그것은 법과 절차 위에 세워진 시민적 선택이 될 것이다.

이번 판결은 속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면 위법도 눈감아야 한다”는 관행적 사고에 대한 사법부의 명확한 선긋기다. 법집행의 원칙이 바로 설 때, 개발도 관광도 지속 가능해진다. 랜드마크는 법 위에 세워질 수 없다. 그 상식이 다시 확인된 것만으로도 이번 판결의 의미는 충분히 크다.

글:김형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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