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화가 시인 노혜숙의 가을 맞이… 돌과 꽃, 시가 어우러진 천변의 작은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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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성 남천변 둑방 아래, 여느 집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집 안팎 곳곳에 돌과 그림, 꽃과 시가 어우러져 작은 갤러리를 이루고 있다.

이곳의 주인은 돌화가이자 시인인 노혜숙 씨다.

노 씨는 남천변 둑방 아래에 집을 짓고 살아가면서 집 주변의 자투리 공간과 정원을 자신만의 예술 공간으로 가꾸어왔다. 정원을 비롯해 집안 구석구석에는 그의 손길이 닿은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특별한 돌이 아니다. 반듯하고 잘 다듬어진 돌보다는 울퉁불퉁하고 모양이 제각각인 돌들이 오히려 그의 캔버스가 된다. 때로는 기왓장도 그의 붓길을 받아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돌 위에는 사람과 풍경이 그려지고, 때로는 그의 생각과 마음이 그림으로 표현된다.

대표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가 ‘못난이 3형제’다. 투박하고 울퉁불퉁한 돌의 모양을 그대로 살리면서 그 위에 익살스럽고 정겨운 얼굴을 그려 넣었다. 제각각 생긴 세 돌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웃음과 함께 묘한 따뜻함을 전한다.

노 씨에게 돌은 단순한 돌이 아니다. 세월을 견뎌온 자연의 흔적이며, 자신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또 하나의 화폭이다.

그는 시인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의 돌그림에는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돌과 기왓장, 정원 곳곳에 시가 더해지면서 이곳은 자연스럽게 작은 시화전이 상시 열리는 공간이 됐다.

그림과 시, 꽃이 어우러진 작은 정원은 노 씨에게는 자신만의 천국이다. 동시에 계절마다 찾아오는 나비와 새, 작은 생명들이 머무는 자연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그의 예술은 거창한 전시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매일 마주하는 돌 하나, 꽃 한 송이, 바람 한 줄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그의 붓과 시를 만나 작품이 된다.

삶 또한 그의 작품세계와 닮아 있다.

몸이 불편한 남편을 위해 오랜 시간 지극한 정성으로 곁을 지켜온 그의 삶은 주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자신의 삶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서도 그는 돌을 고르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하루하루 자신의 예술세계를 가꿔왔다.

최근에는 시낭송에도 쏠쏠한 재미를 느끼며 종종 무대에 서고 있다.

그가 낭송하는 시에는 꾸며낸 목소리가 없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듯한 담담하고 진솔한 목소리로 자신의 시를 읽어 내려간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낭송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마치 그의 작품 ‘못난이 3형제’가 주는 맛과 닮았다. 조금은 투박하고, 조금은 서툴러 보이지만 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 한구석이 푸근해지는 그런 맛이다.

자신 역시 병마와 삶의 어려움을 견뎌내면서도 노 씨는 자연과 예술을 벗 삼아 자신의 영혼의 밭을 묵묵히 일구고 있다.

남천변 둑방 아래 작은 집과 정원은 그렇게 그의 삶이자 작업실이고, 갤러리이며, 시가 태어나는 공간이 됐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계절이 바뀌면 그의 정원에도 새로운 빛깔이 내려앉는다. 여름을 견디고 피어난 꽃과 돌 사이로 가을빛이 스며들고, 또 어떤 돌 위에는 새로운 그림이 탄생할지 모른다.

돌과 꽃, 그리고 시가 함께 익어가는 계절.

남천변의 작은 정원에서 조용히 자신의 예술세계를 일궈온 돌화가 시인 노혜숙 씨의 가을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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