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인강 고성 라인펠즈에서 찾는 역사의 교훈…폐허의 전후독일 초당적 권력분산 논의 시사점 커

0
370

독일의 젖줄 라인강은 장엄한 서사시 같다.유융히 흐르는 강물에 잘 정비된 강변과 울창한 녹색 풍경 어딜 가나 감탄사가 나온다. 그중에서도 라인강의 중심 상고아(SANKT GOAR)는 역사적 명소로도 각별한데 그곳이 라엔펠즈성이다.고성의 유적지 꼭대기에 서면 저멀리 로렐라이 언덕을 비롯해 풍요로운 라인강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

1000년 고성 라인펠즈는 긴 역사의 풍랑을 격어 왔다. 13세기 영주들이 오가는 선박에 뱃삯을 받던 요금소부터 시작해 30년 전쟁 당시 주민들의 피난처로 18세기 철통같은 프랑스 혁명군의 요새 그리고 폐허에 이르기 까지 굴곡진 역사을 품고 있다.포위 공격 전쟁이 성을 휩쓸고 갔고 그 모진 세월을 견뎌내며 우뚝 서있는 모습은 마치 독일의 강인함과 정신의 상징을 드러내 보이는 듯하다. 라인펠즈 고성은 과거 폐허의 돌조각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복원돼 호텔과 식당 그리고 박물관으로서 리모델링됐다.역사의 승리와 비극을 목격한 산 증인처럼 말이다.

라인펠즈의 숱한 역사 가운데 빼 놓을 수 없는 대목이 1948년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이곳에서 개최된 ‘상고아 서클(’Sankt Goar-Kreis)이라는 회합이다.독일 각 정파에서 29명의 고위급 정치인들이 모여 패전후 독일의 나갈 방향을 토의했다. 그 핵심은 독일 ‘민주주의 활성화’. 이를 위해 의회구성에 관한 초당적 권고안을 만들었다.당시 참석자중에는 훗날 초대대통령이 된 데오도르 호이스, 자민당의 토마스 델러,기민당의 발터 슈트라우스등이 있다.여기서 탄생한 권고안을 기초로 독일 헌법인 기본법이 탄생했고 서독공화국이 출범했다.

당시 라인펠즈 회담을 관통하는 정신은 폐허의 독일이 다시 출범하는데 극도의 혼란을 겪었던 바이마르 공화국의 파괴적 모습에서 교훈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안정적 민주주의 구현과 작동을 위한 강한 정부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공감대가 있었다.권력이 한쪽에 집중화되는 것을 경계했고 그같은 균형의 원리는 지금도 독일정치에서 작동되고 있다.과거의 실수를 교정하는 민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통해서 만들어 내야 한다는 목표를 라인펠즈 고성 29인 회담에서  성공리에 도출해 냈다.

영욕이 교차한 폐허의 상징같았던 고성에서 폐허화된 독일의 미래를 찾았다는 착상도 상징적이고 의미가 깊다.그래서 라이펠즈 고성은 요즘도 민주주의 공부의 순례길로 각광받으며  많은 학생들과 학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작금의 한국상황을 보면서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초당적 합의를 통해서 전후 독일의 나갈 좌표를 도출해낸 라인펠즈 고성에서 29인 회담을  떠올린다.

장롱에 들어간 줄 알았던 무도한 계엄선포로 성난 민심이 하늘을 찌르고 안팎으로 혼란스럽다.내란은 단죄해야 한다. 그렇다고 다시 대선만 치르면 모두가 잘 풀릴까.

제왕적 대통령제 통치체제를 그대로 둔 채 진행되면 죽고 살기식 정치는 종지부를 찍기 어렵다.악순환이 불보듯 뻔하다.통치체제를 손보는 대작업이 이번 기회에 있어야 한다 .전후 폐허의 독일이 초당적 합의를 통해 권력분산과 배분을 목표로 제도를 도입했듯 우리도 내각제든 대통령중임제든 개헌을 통한 새헌법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정치권의 타협이 긴요하다.책임을 묻고 잘못을 처벌하고 법치와 정의를 세우는 작업과 별개로  ‘87년 체제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가는 제도적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신창섭

댓글 작성하기!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