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바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친 영혼들은 파도에 몸을 맡기고, 뜨겁게 달아오른 백사장에 몸을 눕힌다. 피서라 부르지만, 8월의 바다는 어쩌면 하나의 의례이자 노동에 가깝다. 끝없는 더위 속에서 사람들은 바다를 찾아 자신을 식히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러나 그 피서의 한가운데서 의외로 놓치기 쉬운 풍경이 있다. 바로 일출이다.
한여름의 일출은 어떤 모습일까. 이른 새벽, 태양은 떠오르자마자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바다와 하늘을 단숨에 물들인다. 그 장엄한 순간은 자연이 하루를 여는 의식이자,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개벽의 풍경이다.
‘울산바위 화가’로 불리는 김정호도 올여름 유난한 폭염을 피해 바다를 찾았던 모양이다. 그의 발길이 닿은 곳은 낙산사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음도량인 낙산사. 의상대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일출은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사랑해온 절경이다. 애국가 속 “동해물과 백두산이”라는 첫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바로 그 풍경이다.
하지만 김정호는 그 풍경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그는 낙산사의 일출을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했다.
광활한 낙산해변 위로 막 태어난 붉은 태양이 홍점처럼 떠오르고, 그 빛은 윤슬이 되어 바다를 흔들고, 구름 사이를 붉게 물들이며 하늘 전체로 번져나간다. 그 장면은 마치 천지창조의 첫날처럼 생명의 에너지가 우주 전체를 깨우는 순간을 연상시킨다.
낙산비치 특유의 길고 넓은 백사장은 원래도 장쾌한 공간이지만, 김정호의 화폭에서는 그 공간이 단순한 해변이 아니라 거대한 코스모스로 변모한다. 태양은 중심이 되고, 하늘과 바다는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함께 호흡한다. 만물이 하나의 리듬으로 춤추는 듯한 화면은 압도적인 생명감을 전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기존 작품들이 추상적 단순성과 울산바위의 상징성을 통해 자연의 본질을 탐구했다면, 이번 ‘낙산사 일출’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과 인간, 우주가 함께 율동하는 서사를 담아낸다. 홀로 떠오르는 태양이 아니라, 만물이 함께 깨어나는 일출이다.
붉은 기운은 홍익인간의 정신처럼 세상 구석구석으로 번져나가고, 하늘과 바다의 색채는 층층이 쌓이며 깊이를 만든다. 그 색감과 화면의 리듬은 보는 이를 단숨에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무엇보다 이 그림은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맨발로 해변을 걷는 것보다 그림 한 점을 마주하는 순간이 더 상쾌하고 후련하다. 자연의 웅장함과 생명의 기운이 화면 가득 차오르면서 보는 이의 마음속까지 환하게 비춘다.
동해와 백두산의 기상이 모두 이 한 폭에 모인 듯하다. 속초 화실에서 매주 바다를 마주하며 쌓아온 영감, 평생 화폭에 담아온 울산바위의 강인한 기운, 그리고 낙산사의 성스러운 풍광이 한 작품 안에서 하나로 어우러진다.
이 일출은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개문(開門)의 순간이며, 어둠을 밀어내고 희망을 맞이하는 생명의 선언이다.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이다.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는 계절이다. 그럴 때일수록 김정호의 ‘낙산사 일출’은 우리에게 한 줄기 서늘한 바람처럼 다가온다.
그림 속에서 출렁이는 것은 바다만이 아니다. 하늘도, 빛도, 우주도 함께 춤춘다.
그리고 그 거대한 율동 속에서 우리는 다시 살아갈 힘과 새로운 시간의 좋은 기운을 조용히 채워 넣게 된다.
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