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보건진료소장회 회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농어촌 의료체계 개선 정책토론회’에서 농어촌의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김 회장은 ‘취약지역 보건진료소의 현황과 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낡은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건진료소의 역할 강화를 촉구했다.
김 회장은 “농촌의 공공자원인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는 의료 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기능 마비 상태”라며 “공중보건의가 2~3개 지역을 순환 근무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화로 인해 만성질환·치매·말기 돌봄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이를 수용할 의료기관도, 지역 내 의료전달체계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진료소는 1981년 전국에 확대 설치된 이래 45년간 농촌 지역의 기초 의료를 책임져온 공공의료 기관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보건진료소는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농어촌의료법 제16조는 여전히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의 자격 기준을 ‘24주 직무교육 이수자’로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기준입니다. 만성질환 관리, 치매 대응, 방문진료, 말기 돌봄까지 요구되는 현실에서 이 정도 교육으로는 역부족입니다.”
김 회장은 특히 보건진료소의 기능이 ‘의사가 없는 지역을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보건진료소가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주체적 의료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진료소장회가 지난 8월 실시한 전국 설문조사 결과는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설문에 참여한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의 71.8%가 전문간호사 수준의 교육을 요구했으며, 78.5%는 방문진료 표준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권역별 방문진료 전담팀 구성(65.9%) △복수 인력 배치(61.8%) △원격 자문 시스템 도입(63.1%) 등, 실질적 제도 보완 요구가 다수 제기됐다.
“이 설문은 현장의 간절한 목소리 그 자체입니다. 단순히 보건진료소 하나를 살리는 문제가 아니라, 농촌 주민의 건강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김 회장은 해외 주요 국가들의 사례도 언급했다. 일본은 40여 개 의료 프로토콜을 통해 간호사가 독립적으로 의료행위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호주·캐나다 등은 간호사에게 진단 및 처방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은 여전히 제한된 지침 내에서만 활동할 수 있어, 실제 주민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 김 회장의 주장이다.
“이제는 간호사 역할 확대를 법과 제도가 뒷받침해야 합니다. 선진국 수준에 걸맞은 시스템 개편 없이는 농촌 의료의 위기를 넘을 수 없습니다.”
“농촌 의료 지탱할 제도적 대개편 필요”… 제안안도 공개
김 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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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진료 전담공무원 교육 기간 확대(최소 52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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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간호사 수준의 실기 중심 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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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료 표준지침 마련 및 지침개정위원회 상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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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진료소의 지역보건의료기관 체계 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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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인력 배치 및 운영협의회 재정비
그는 “이제는 농어촌의료법을 전면 개정해 보건진료소를 농촌 의료의 중심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이는 단순한 기관 개선이 아닌, 농어촌 건강불평등을 해소하는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발제 말미, 보건진료소가 단순히 ‘1차 진료소’가 아니라,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지역 의료비를 절감하며, 조기 퇴원 유도 및 말기 돌봄까지 수행할 수 있는 핵심 시설임을 재차 강조했다.
“보건진료소의 역할을 제대로 키우면, 도시 병원으로의 불필요한 이송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의료비 절감은 물론, 지역 내에서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OECD 또한 한국 정부에 지역사회 중심 보건의료체계 재설계를 권고한 바 있으며, 김 회장은 “그 핵심 제도가 바로 보건진료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촌은 점점 늙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병원에 가지 못한 노인들이 집에서 참아내고 있습니다. 보건진료소가 그분들을 지켜드려야 합니다.”
김영남 회장은 보건진료소를 “농촌 주민의 마지막 의료 파수꾼”으로 표현하며, 농어촌의료법 개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건진료소가 제도적 뒷받침을 받아야 농촌도 도시처럼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제는 결단할 시간입니다.”
류인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