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에 열린 통일문화제 행사와 강연을 잘 보았습니다. 잊고 지냈던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다시 느낀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왜 남과 북이 갈라져 있어야만 하는 걸까요? 국민들이 대체 뭘 잘못했길래, 남과 북의 가족이 만나지도 못한 채 한을 품고 생을 마쳐야 하는 걸까요? 전화 한 통화만이라도 하는 게 죄라도 되는 걸까요?
이젠 통일을 원하는 사람보다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시대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이젠 꼭 통일이 안 되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통일이 안 돼도 좋다는 사람보다, 통일을 반대하고 통일이 안 되게 막는 사람이 진짜 나쁜 사람입니다. 사실 평화통일이니 흡수통일이니 고려연방제니 이런 형식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교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옆나라 방문하듯, 서로 방문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면 좋겠습니다.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늘어날지 모르지만, 여전히 서로 방문도 못하는 관계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통일은 너무 큰 일입니다. 한꺼번에 지각변동을 할 게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전쟁의 야욕을 금지하고, 생이 별로 안 남으신 분들의 이산가족 상봉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함흥시와 속초시의 자매도시 추진은 뜻깊은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속초는 자매시가 많습니다. 자매도시에 함흥도 추가하면 좋겠습니다. 고성군에서는 작년에 남북고성군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정말 잘 한 일입니다. 그런데 속초도 거기에 뒤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경쟁은 참 좋은 경쟁입니다.
이제 20년 후면 남북분단 100년이 됩니다. 사실 한반도가 하나이던 기간은 5000여 년 역사에서 불과 600년 정도였습니다. 1/10 정도 되는 셈입니다. 그전에는 삼국시대도 있었고, 고려 발해 남북국 시대도 있었습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지금은 80년째 남북국 시대에 있는 게 한반도의 역사적 현실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영호남 양쪽 나라로 국가를 분리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함흥시와 속초시의 자매결연이 5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얼마가 걸려도 좋으니 씨앗은 뿌리면 좋겠습니다. 꿈은 뭘 못 꾸겠습니까?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씨조차 못 뿌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산가족 상봉도 못하는 데 통일은 언감생신입니다. 자매도시가 힘들면 통일은 더 힘듭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는 아무리 독재가 심한 정권에서도 금지곡으로 지정하지 못했습니다. 북한 정권에서조차 불러지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아무도 막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함흥 속초 자매 결연을 막을 논리는 없습니다.
50년 전에는 경찰이 어민을 보호해 드리지 못해 놓고, 오히려 피해자를 처벌하는 미개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는 그런 것이 통하지 않습니다. 50년 전이었다면 남북 고성군 통합추진이나 함흥 속초 자매결연을 이적행위 내지 간첩행위로 몰아서 구속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이젠 시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세월호가 조난을 당했을 때,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도망을 갔습니다. 하지만 유정충 선장은 자신을 희생해서 모두를 살렸습니다. 속초시가 내세워야 할 것은 산과 바다와 호수와 닭강정과 물회보다도 유정충 선장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함흥시와의 자매결연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이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
함흥시와 속초시가 자매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함께 씨앗을 뿌려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글:최창균 원장(속초가 좋아 서울에서 온 치과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