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해서 강릉에서 열린 차문화축제를 다녀왔다. 꽃차 전문가로서 여러 차 관련 행사에 참석해 왔지만, 이번 축제는 그중에서도 유독 깊은 여운을 남겼다. 차문화의 전통적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과 전시, 공연이 삼박자를 이루며 조화를 이뤘고, 무엇보다 ‘다시(茶詩) 콘서트’는 인상 깊었다.
공연은 흔히 지역 축제에서 접하는 흥겨운 무대와는 결이 달랐다. 차를 주제로 한 시를 낭송하며, 그 위에 춤과 연주를 덧입힌 고전적 형식은 오히려 더 진한 울림을 주었다. 흙 내음 나는 찻그릇처럼 잔잔하지만 깊고 오래가는 감동이었다. ‘차’라는 주제 안에서 예술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피어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기획이었다.
비가 내려 일부 부스 운영에 차질이 생긴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수확은, 지역 축제가 단순한 ‘볼거리’에서 벗어나, 문화의 정체성을 담은 고유한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지금은 지역 축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한 지역 특산물 전시, 먹거리 장터에 머무르지 않고, 주제에 맞는 명확한 방향성과 문화적 깊이를 갖춰야 한다. 이번 강릉 차문화축제처럼 말이다. ‘차’라는 오래된 테마 안에 얼마나 다양한 예술과 체험이 녹아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 본보기였고 다소 쌀쌀한 날씨에 처진 마음을 데워 주었다
꽃차를 매개로 사람들과 만나는 일을 해오며 언젠가 꽃차 축제를 기획해 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이번 축제를 통해 그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다. 자연의 향기, 차의 품격, 문화의 결이 어우러진 이런 축제가 지역곳곳에서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글:변현주 (꽃담길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