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신선봉 아래 마을 고성군 성대2리 마을회관에 모처럼 많은 분들이 모였다. 성탄절을 맞아 얼굴도 볼겸 해서 마을 어르신들이 거의 다 점심시간 맞춰서 나왔다. 지난 세월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고인이 된 이성선 시인도 대화속에 섞였다.
이성선 시인의 동갑내기 친구가 “참 순박했던 녀석”이라고 하자 마을에서 같이 지냈던 김완식 전강원도 노인회장은 동루골이 낳은 인재라고 덧붙였다.이규석 이장도 일찍 떠난 것에 안타까워 했다.
이성선 시인의 고향은 동루골이라고 하는 성대 1리다. 위 아래 동네서 같이 어울려 지낸던 시절이었기에 내력을 소상히 알고 있다.
산간마을 동루골,큰산에 눈이 많이 온 요즘 동루골에서 보는 설경은 압권인데 특히 신선봉 모습은 눈부시다. 신선봉 아래 첫마을이라는 명성 그대로다.서정시인으로 유명한 이성선 시인이 이 마을 출신이고 생가터에 시비가 있다. 소복히 눈덮인 마을에 마치 시인의 명징한 시어가 지붕위에 앉아 있는 듯 정겹다.시인이 앞마당에서 바라보았을 신선봉 자태 물론 환상적이고 진경산수가 따로 없다.이성선의 별빛 같은 시어가 저 산에서 발원해서 나왔으리라는 추측이 무리가 아니다.
이성선은 동루골서 30리길 속초고등학교를 걸어서 다녔고,고려대를 졸업하고 농진청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향했다.
이모 할머니가 동루골에서 살아서 방학때 놀러 갔던 기억이 새롭다.천진에서 걸어서 가는 길이 참 멀기도 했다.그만큼 외진마을이었는데 이젠 지역에서 손꼽히는 전원마을로 인기를 누리면서 마을 규모가 제법 커졌다.성대1리가 언덕빼기위 풍경을 조망하는 자리라면 성대2리는 개천변에 나직히 웅크린 모습이다. 산세나 지형이 사뭇 다른 느낌이다.최근에는 귀촌한 분들로 다수 살면서 마을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성탄절 점심 식탁에 둘러 앉아 모처럼 긴 추억의 앨범을 뒤적이는 순간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마을회관 구들이 너무 따스해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았다.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