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규제는 오랫동안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군사시설 보호구역, 고도제한, 각종 개발규제는 재산권을 침해하고 도시 성장을 막는다는 이유로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규제가 풀린 뒤의 현실은 과연 기대했던 모습이었을까.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양양 낙산사 주변이다.
도립공원 규제 완화 이후 바다 조망을 앞세운 초고층 숙박시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천년고찰 낙산사의 하늘은 콘크리트 건물에 가려졌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사찰의 역사적 경관은 크게 훼손됐고, 동해안을 대표하던 문화경관 역시 돌이키기 어려운 변화를 맞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초고층 건물은 양양국제공항 활주로의 항공 안전과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역 발전을 위해 규제를 풀었지만, 정작 지역의 핵심 인프라인 공항 운영에는 새로운 부담을 안긴 셈이다.
관광 경쟁력 역시 의문이다.
지역마다 비슷한 콘크리트 숙박시설이 늘어난다고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연과 역사, 문화라는 지역 고유의 자산이 훼손되면 장기적으로는 관광도시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규제 해제가 지역발전으로 직결된다는 공식은 현실에서 성립하지 않았다.
최근 속초 북부권에서도 고도제한 해제가 추진되면서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용촌부대 이전 계획에 초고층 아파트와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낙산사의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규제 해제가 곧 초고층 개발로 이어지는 단선적인 사고는 위험하다.
규제가 풀리자마자 가장 높은 건물을 세우고, 가장 많은 객실을 짓고, 가장 큰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은 토목공학적 접근일 뿐 도시의 미래 전략은 아니다.
한 번 무너진 자연경관은 복원하기 어렵고, 역사문화 자산은 다시 만들 수 없다.
진짜 경잰력은 자연과 경관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도시는 초고층 건물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 문화경관을 경쟁력으로 삼는다.
유럽의 역사도시들은 도시 중심부의 건축 높이를 엄격히 관리하고, 일본 교토는 사찰과 전통경관을 지키기 위해 고도제한을 유지한다.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만들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규제를 풀어 건물을 높이 짓는 것을 발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콘크리트는 어디서나 지을 수 있어도, 영랑호와 설악산, 동해의 수평선이 만들어내는 경관은 속초만의 자산이다.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속초 북부권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규제 해제를 난개발의 신호탄으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지역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시계획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규제는 풀 수 있다.그러나 한번 잃어버린 경관과 생태계, 도시의 품격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낙산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규제 해제가 곧 초고층 개발이어서는 안 된다.
지역 발전의 이름으로 지역의 가장 큰 경쟁력을 스스로 허무는 우를 속초가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발전은 더 높은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자랑할 수 있는 자연과 역사, 그리고 도시의 품격을 지켜내는 데서 시작된다.
글:김형자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