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돌아가는 곳이라고 하던가.희귀 철새 두루미에게도 고향이 있다.나그네 처럼 떠돌다가 그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매년 때맞춰 철원을 찾는다.그러기에 강원도 철원은 두루미의 고향이다.
때마침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는 설 명절에 두루미 만큼 희귀장면 사진을 보는 마음은 격정적이다. 따스하고 어머니 품같다. 두루미들이 먼 동구밖에서 내려다 보던 마을 풍경을 재현하는 듯 하다.
두루미 사진작가 이창인은 연초 진부령미술관에서 사진전 개최 행사를 마치고 서둘러 철원을 찾았다. 겨울이면 그에게 천석고황처럼 도지는 나그네병이다. 철원 그 땅을 밟고 두루미를 만나고 렌즈에 담아야 체한 가슴이 내려가듯 마음이 편해진다.
1월15일은 시간의 궁합이 잘 맞았다. 한탄강 철책선 부근에서 진기한 장면을 포착했다. 30여년 두루미의 행적을 쫓았지만 드물게 보는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두루미들이 강가에 일렬횡대로 모여 있었다.인위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눈부신 집합이다.강물에는 오리도 노닐고 정말 새들의 낙원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창인은 숨이 가삤다.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노련한 침착함으로 와이드 렌즈를 꺼내 눌렀다. 3미터50센티의 대작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사진을 인화하고 다시 한번 놀라고 감탄했다. 그곳은 그야말로 두루미 고향이자 두루미 마을이었다. 인간세계는 찢어지고 갈리지고 난투극의 연속인데 한데 모인 풍경은 평화의 서사시 같았다.겨울 갈대의 빛바랜 모습이 띠를 이루고 설경의 흰색과 두루미의 흰색이 매칭하면서 연출하는 색감은 신이 내린 겨울 풍경 그대로다.
두루미가 보여주는 귀향의 파노라마,귀향의 퍼포먼스, 공존과 어깨동무의 멋진 화음, 두루미는 우리에게 그렇게 고향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고 있다. 이창인은 그걸 몇장 더 인화해서 설 선물로 지인들에게 돌렸다고 말했다. 두루미 전말기를 전화기 너머로 하는 그의 음성은 여전히 새색시를 처럼 흥분된 어조 였다. 철원이 두루미들에게 고향의 품이 되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