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윤상준은 밤 10시가 되면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카페 하루 일과를 마치고 흙과 마주하는 순간이다.
그는 이때부터 도자기를 굽는다. 카페안에 별도 작업실에서 하루종일 머릿속에 구상한 도자기 모양을 재현하고 손으로 어루만진다. 손으로 부드럽게 흙을 어루만지는 가운데 시간 가는 줄 모른다.간혹 일렁이는 은율을 들려주는 침묵의 밤바다가 그의 친구다. 윤씨는 “한참 몰두하다 갈증이 나서 커피 한잔하고 다시 몰입하다 보면 창너머로 동트는 거진 바다 일출을 본다. 너무 황홀하다”고 말한다.
귀촌해 거진에 정착한 윤상준씨는 원래 회화를 전공했다. 그런다 어느날 도자기로 방향을 틀어 사사와 독학을 통해 전념한지 10여년.이제는 중견작가로 호평을 받고 있다.“도자기는 회화에 비해 고난도 작업이지만 완성미와 성취감이 말할 수 없이 좋다. 고생한 보람을 느끼는 작업이다” 그의 카페에는 그간 작업한 다양한 작품들이 책장처럼 진열돼 있다. 그의 작품은 소박하면서도 친근감을 준다. 그의 작품이 지향하는 방향도 그렇다 .윤상준씨는 “생활속에 접목하려고 방향을 잡고 작업중이다. 도자기를 너무 무겁게 다루기 보다 일상에서 쉽게 접해서 대중화되는 게 바람직히고 그런 경향을 일본에 가서 많이 봤다.”고 말한다.
작업말고도 가르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도 귀촌한 분이 도자기 만드는 것을 직접 지도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이제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은 거진과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다. 도자기를 통해서 주민들과 친교하고 그들이 좀더 정서적으로 좋고 보람도 느낄수 있게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작은 소망이다.
“이곳 등대마을도 골목길이 참 정감있는데 도자기를 통해 좀더 예술적으로 다듬으면 더욱 멋진 감성마을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민들과 그런 일들을 같이 할 날을 기다립니다”고 그는 말을 이었다.이같은 공동체와 교감은 그가 매주 수요일 한차례 나가는 대진초등학교 방과후 교실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고사리 손들과 함께 흙을 만지면서 마을의 미래 꿈도 설계중이다.
도자기를 들고 거진에 닻을 내린 윤상준의 인생 2막의 스캐치는 거진 바다처럼 푸르고 싱싱해 보인다. 카페와 공방을 오가는 그는 하루 종일 분주하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운영중인 카페 이름도 ‘도자기 카페’라 붙였다.바다와 등대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거진 명소 성황당 뒤편 언덕배기,카페 도자기 바다 3박자가 어우러진 그의 귀촌 풍경은 알알이 영글어 가는 중이다.그의 도자기에 거진 암청색 바다가 넘실대는 작품이 나올 날도 머지 않은 듯 하다.
공방및 ‘도자기 카페’ 주소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등대길 28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