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님!”
한 청년이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달려와 한 남자를 힘껏 끌어안았다. 이어 또 다른 청년이, 또 다른 졸업생이 다가왔다. 반가운 웃음과 뜨거운 눈물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지난 6월 27일 필리핀 산페드로시에서 열린 굿월드 제1회 꿈나무 동문회. 문덕·스테판 데이케어센터 졸업생과 가족, 지역 관계자 등 1,5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단순한 동문회가 아니었다. 13년 전 쓰레기 더미 위에서 시작된 작은 희망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한 공동체를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준 감동의 현장이었다.
그 중심에는 국제어린이구호단체 굿월드자선은행의 김규환 국장이 있었다.
쓰레기 마을에서 시작된 교육의 꿈
김 국장이 처음 필리핀 산페드로 빈민촌을 찾은 것은 2013년.
비만 내리면 길은 진흙탕으로 변했고, 마을 곳곳에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나이에 생계를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재활용품을 모았다. 학교는 멀었고 교육은 사치였다.
아이들에게는 꿈보다 오늘 하루를 버티는 일이 먼저였다.김 국장은 당시 풍경을 오래 바라보다 한 가지 결심을 했다.”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배를 채워주는 음식이 아니라 평생을 바꿀 교육입니다.”
그 한마디는 그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출발점이 됐다.
그날 이후 김 국장의 삶은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는 길 위에 있었다.국내에서는 후원자들을 만나 아이들의 현실을 알리고 나눔을 호소했다. 모인 후원금은 다시 아이들이 있는 현장으로 이어졌다.
센터 건립을 위한 벽돌 한 장, 교실의 책상 하나, 아이들의 급식과 학용품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무더운 날씨와 우기에도 그는 늘 현장을 지켰다. 화려한 말보다 묵묵한 실천으로 아이들과 함께했다.
그렇게 13년의 시간이 흘렀다.
굿월드 데이케어센터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4,200여 명의 아이들을 교육했고, 이 가운데 3,611명이 졸업했다.문덕·스테판·명궁 등 3개 센터는 이제 산페드로 빈민촌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희망의 학교가 됐다.
졸업생들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 진학과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한때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던 아이들은 이제 “회계사가 되고 싶다”, “의사가 되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이야기한다.
교육은 단순히 직업을 바꾼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굿월드는 제 인생을 바꿔 놓았습니다”
이날 동문회에서 가장 큰 감동은 졸업생들의 고백이었다.한 졸업생은 무대에 올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굿월드는 아무것도 없던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보였다.가장 조용히 그 말을 듣고 있던 사람도 김규환 국장이었다.그에게는 화려한 수상 경력이나 특별한 영웅담이 필요하지 않았다.아이들의 진심 어린 감사 한마디가 지난 13년의 시간을 모두 설명해 주고 있었다.
굿월드의 활동은 교육에만 머물지 않았다.아이들이 아프면 의료지원을 했고, 급식을 이어갔으며,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에도 힘을 보탰다.교육은 아이 한 사람만이 아니라 가정과 마을 전체를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이번 동문회에서도 장학금 전달과 문화공연, 치킨 도시락 나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김 국장이 전한 한마디였다.
“너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한국의 후원자들과 굿월드는 언제나 너희를 응원하고 있다.”
그 말은 아이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이자 함께 살아가자는 약속이었다.
13년.입학생 4,200여 명.졸업생 3,611명.동문회 참석자 1,500여 명.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누군가는 학교에 갈 수 있었고, 누군가는 새로운 꿈을 품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낼 용기를 얻었다.속초 영랑호 보광사에서 시작된 작은 자비의 씨앗은 국경을 넘어 필리핀 산페드로 빈민촌에 희망의 숲을 일궈냈다.김규환 국장은 지금도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다.
조용히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음 세대의 꿈을 위해 또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다.세상을 바꾸는 일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필리핀 산페드로의 아이들은 지난 13년을 통해 그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은, 한 사람의 진심 어린 발걸음이 오랜 시간 한결같이 이어질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