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가 개발행위허가 제한이라는 ‘5년짜리 유예조치’로 옛 동우대학 부지 매각을 일단 막아섰지만, 시민 사이에선 “5년 뒤 또다시 매각이 시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년간 학교법인 경동대학교가 협상에는 나서지 않은 채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심과 함께, 시민들은 “이러다 결국 지역의 공공 자산이 사유화되는 것 아니냐”고 분노하고 있다.
문제의 부지는 속초시 노학동 일원 약 30만㎡. 1980년대 초, 속초 시민들의 대학 유치 염원을 담아 시가 1억3000만 원에 18만㎡ 넘는 시유지를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탄생한 곳이다. 이후 동우대학이 폐교되고 경동대가 인수했지만, 캠퍼스는 비어버렸고, 지난해 5월 경동대는 해당 부지와 건물 14동을 약 855억 원에 매각하겠다는 입찰 공고를 냈다.
이에 속초시와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사전 협의도 없는 일방적 매각”이라며 강하게 항의하고,작년 5월 22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공식 협상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시의회와 지역 시민단체들도 “시민 재산으로 막대한 수익을 내려는 행위”라며 반대 성명을 내고 집회를 이어갔다.
그러나 경동대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묵묵부답이다. 공식 회신도, 협상 자리도 없다. 이에 속초시는 해당 부지를 도시계획상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으로 지정해 향후 5년 간의 개발을 차단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부동산 관계자는 “현행 법제도 안에서는 부지를 강제 수용하거나 매각을 철회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결국 경동대와의 협상 없이는 이 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유예기간 종료 후 경동대가 다시 매각을 시도할 경우, 제도적으로 이를 저지할 장치는 없다.
이런 점에서 시민들의 불안은 커진다. “말뿐인 협상, 시간만 끌다가 결국 경동대 소유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 “시민의 땅이 기업식 운영의 희생양이 되는 꼴”이 되는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단순한 토지 거래 문제가 아니다. 이 부지는 속초의 교육, 균형발전, 공공성의 상징”이라며 “경동대가 진정 교육기관으로서의 사명을 갖고 있다면, 지역사회와 공동의 미래를 논의할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법인이 버티면 결국 팔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입 당시 시유지를 제공했던 속초시가 재정상 직접 회수하기 어렵다면, 강원도나 정부 차원의 중재와 공공 매입 등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년의 시간은 길지도, 충분하지도 않다. 협상이 시작되지 않는 한, 5년 뒤 이 부지의 운명은 다시 ‘돈의 논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는 이제 “언제 협상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설악투데이 특별취재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