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이 지역을 잠식할 때…영랑호 개발이 던지는 근본적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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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관광정책의 오래된 공식은 단순하다. “관광객 수를 늘리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시내 중심가에는 빈 점포가 늘고, 일부 먹거리 골목만 북적이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관광객이 아무리 늘어도 지역 전체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다. 숫자 중심 정책의 한계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 구조적 한계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영랑호 관광단지 계획이다.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이 콘도와 골프장 등 민간 숙박시설로 채워지고, 일부 식당과 편의시설만 지역과 연결된다. 시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소비하고 머물며 활기를 만드는 공간은 사실상 없다. 관광객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이른바 ‘천수답형 관광경제’가 또 한 번 반복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획부동산 중심의 투자 개발 구조가 이미 하나의 고정된 관념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사업자는 영랑호와 그 주변 경관을 사실상 투자 수익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속초의 핵심 자산인 자연경관과 풍광은 지속적으로 훼손된다. 결국 남는 것은 콘크리트 건물뿐이라는 탄식이 지역 곳곳에서 반복된다. 여기에 해안과 시가지를 잠식하는 초고층 아파트 개발까지 더해지면서, 속초의 스카이라인과 자연 조망권은 투기 자본의 논리 앞에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자연이 지역의 미래를 담보하는 공공 자산이 아니라 단기 수익을 위한 개발 자원으로 전락하는 순간, 지역의 지속가능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단발적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속초 관광개발 전반에 고착화된 구조적 한계다. 자연과 시민, 지역경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전략 없이 난개발이 반복되고, 생활형 숙박시설의 과잉 공급까지 더해지면서 관광은 지역을 살리는 동력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 상권과 도시 구조를 압박하는 요소로 변질되어 왔다. 결국 관광지는 시민이 머무르고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외부 자본 중심의 투기와 수익 논리가 우선되는 대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관광이 지역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옥죄는 역설이 속초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영랑호 관광단지는 바로 이 시험대다. 이 고착화된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또 다른 대형 개발이 반복된다면, 속초 관광의 미래는 밝다고 보기 어렵다. 개발이 북부권 경제 활성화를 약속한다고 말하지만, 그 약속이 시민과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닿지 않는다면 ‘활성화’라는 단어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설의 추가가 아니라 기존의 개발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하는 일이다. 자연을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의 기반 자산으로 재정의하고, 관광을 투기 구조가 아닌 순환 구조로 바꾸는 인식과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행정과 사업자는 이제 구호가 아닌 시민과 지역경제, 자연을 중심에 둔 실질적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

진정한 지역 활성화는 관광객 숫자가 아니라 시민과 지역이 함께 누리는 공간에서 나온다. 관광이 지역을 소비하고 훼손하는 구조가 아니라, 자연과 문화, 지역사회가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순환 구조여야 한다. 영랑호는 지금 그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글: 김형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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