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차고 바람도 거칠었다. 오후 애매한 시간 교암에 들렀다가 문암항으로 갔다.문암항은 누군가 기다기라도 하듯 자석처럼 끌어 당기는 구석이 있다.항구 입구 동양호에는 인기척 없이 아직도 물기 젖은 장갑이 빨래줄에 펄럭이고 배는 묶여 있다.동네 형과 친구인 선장인데…오전에 일 마치고 내일 출항을 위해 쉬는 시간이겠지.그러고 보니 항구는 텅 비었고 목줄 맨 배들이 출렁이고 갈매기들만 순찰중이다.
말수 적은 동양호 선장 일터에서 보니 앞 섬에 갈매기들이 모두 모였다. 갈매기 섬 답다.가뜩이나 추위가 느껴지고 황량한데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갈매기들이 포근해 보이고 부러웠다.갈매기들도 좋아하는 바위가 따로 있는 듯하다.앞바다에 바위가 여러 군데인데도 유독 한곳에만 죽친다.더 멋진 섬이 뒤에 있는데 거기 가지 않고 납작한 바위에 웅크리고 있다.사람들은 이제 저렇게 모이지 않는다.
암청색 바다위에 오후의 햇빛이 빛난다. 윤슬도 추워 보인다. 그러고 보니 저 멀리 설악산이 서 있고 흰병풍 처럼 빛난다. 몇일전 첫눈의 황홀이다.토왕성 폭포의 거대한 줄기가 수직으로 서 있는 게 확연하게 다가오는걸 보니 많은 눈이 왔음을 확인한다. 교암해변에서 문암항에 이르는 활처럼 휜 해변은 토왕성 폭포를 걸으면서 관망하기 좋은 코스다.해가 일찍 떨어지기에 바다가 노을을 안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겨울이지만 여름날에는 참으로 장관이다. 해변이 붉게 타는 요염함이 유혹하는 교암바다의 여름이 그립다.
그 사이 갈매기들이 무리를 지어 동양호 위를 날으며 꺼억 하면서 바다를 울린다.갈매기들의 항구, 겨울날 오후 문암항의 주인은 갈매기다.적막속에 웅크리고 있고 다들 떠났지만 갈매기의 꿈은 찬바람 11월말에 더 빛나는 듯 하다.겨울이 오기전에 어서 오라 했던가…..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