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철이 돌아오면 유독 마음이 설렌다. 손수 담가 바로 맛보는 김장의 묘미는 어떤 음식도 따라오기 어렵다. 주변에서 챙겨주는 김치를 맛볼 기회도 많지만, 올해 단연 돋보였던 김치는 간성 동호리의 김인선 씨가 담근 김치였다.
첫인상은 한마디로 ‘샐러드 같은 김치’. 반찬이 아니라 한 그릇 요리가 되는 김치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순하게 다가오지만 은근한 매콤함이 뒤따르고, 절제된 맛 안에 개성이 살아 있다.질긴 부분이 전혀 없는게 너무 좋다. 입안은 상큼하게 깨어났고, 국수를 곁들여도, 밥 반찬으로도 그 조화가 탁월했다. 문제는 맛이 깊다 보니 먹는 양이 자연스레 늘어난다는 것. 어느 날은 김치만 꺼내 빵에 올려 샐러드처럼 먹어봤는데, 별미였다. 김치 속을 많이 쓰지도 않았는데 풍미가 살아나고 식감이 또렷했다.
김 씨가 사는 동호리는 바다와 맞닿아 해풍이 좋은 동네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는 바닷바람의 짭조름함과 토양의 순한 맛이 잘 어우러져 김치 재료로 더없이 훌륭하다. 여기에 바닷물로 절인 배추, 그리고 간수를 세밀하게 맞춘 절임 과정이 더해지며 자연의 속도에 충실한 김치가 완성된다. 마지막을 책임지는 것은 김인선 씨의 ‘손맛’이다. 생활개선회 쌀밥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손맛을 인정받아온 그는 김치에서도 장인적 기량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 결과, 올해도 명품 김치가 탄생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 씨가 대외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맛을 누구나 쉽게 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식당을 운영하는 조모 씨는 “손님들께 조금 내놓기가 아까울 정도로 황홀한 맛이었다”고 말한다. 주문형 판매만 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만한 맛이지만, 김 씨의 김치는 지금도 여전히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김치’로 남아 있다.
‘김치 명인’ 김인선 씨의 김치가 스산한 겨울 저녁 친구가 되어주니 고맙고 입맛이 추위를 녹여주는 듯하니 또 감사하다.
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