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성시장 장날이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대대리 서인하 할머니(80). 좌판 위에 오이, 살구, 양파, 감자까지 직접 농사지은 품목들이 줄줄이 올라온다.정말 많이 갖고 나오셨다. 마치 작은 농산물 백화점 같다. 이른바 ‘로컬푸드의 진수’다.
“요즘은 장사 잘 안 돼요. 옛날엔 가져온 물건 다 팔고, 남는 게 없었지.”
반세기 넘게 간성시장에서 좌판을 지켜온 서 할머니는, 예전같지 않은 장터 분위기에 아쉬움을 내비친다. “다들 도시로 나가 살다 보니, 장날 손님도 줄었어요.” 그래도 지나가는 친구나 이웃이 들러 인사도 하고, 살구 한 봉지쯤 사들고 가면 그나마 웃음꽃이 핀다.
북고성이 고향인 서 할머니는 여섯 살 되던 해, 한국전쟁 통에 피란길에 올랐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무작정 남하했지만, 아버지는 끝내 따라오지 못했다. “금방 따라온다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지요.” 할머니는 눈시울을 붉히며 오래된 기억을 되새긴다.
전쟁 뒤 대대리에 자리잡은 서 할머니는, 평생을 농사와 장터로 살아왔다. 지금도 남편, 아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다. 아들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직장생활을 하다, 귀촌해 아버지 곁에서 농사일을 배우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시장 골목 어디서나 할머니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강낭콩을 까며 손님과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는 사는 얘기, 세상 얘기, 또 옛날 얘기다. 말씀도 좋고 기억력이 살아 있다.
오늘도 간성 장날, 서 할머니는 폭염 아래서 좌판을 지키고 있다. 계절 따라 달라지는 농작물만큼이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 시장 분위기도 바뀌었지만, 한결같은 정성과 손맛이 담긴 좌판은 여전히 간성전통시장 골목의 중심이다.
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