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광역울타리 철거 방침 발표… “늦었지만 환영, 이제는 속도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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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야생멧돼지 ASF 차단 광역울타리 관리방안」을 최종 발표하며 방역 일변도 정책에서 생태계와의 균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정책 방향 자체는 환영할 일이지만, 그간의 방치와 뒤늦은 결단이라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올겨울 또다시 산양 등 야생동물의 집단 폐사 가능성이 우려되는 만큼, 생태단체와 지역사회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신속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관리방안에서 과학적 분석을 근거로 설악산·소백산 등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부터 광역울타리를 단계적으로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방역 중심 정책에서 생태계 복원을 고려한 결정은 옳은 방향”이라며 환영 입장을 내면서도, “뒤늦은 결단이 너무 많은 희생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광역울타리는 2022년 이후 추가 설치가 중단됐고, 양돈농가 방역체계도 이미 구축된 상황에서 생태 단절의 부작용이 장기간 방치되었다. 그 결과 천연기념물 산양 1,000마리 이상이 폐사하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본격적인 철거 로드맵이 발표됐다.

이번 로드맵은 정부가 설치한 1,630km 구간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생태계 단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지자체 설치 1·2차 울타리(1,035km)에 대한 통합 관리 대책은 빠져 있어 “반쪽짜리 처방”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또한 입장문에서 “정부 울타리만 철거하고 지자체 울타리를 그대로 둔다면 생태 연결성 회복은 불가능하다”며 통합적 접근을 요구했다.

설악산 철거 ‘2026년부터’?… 가장 시급한 곳이 가장 늦어

정부는 철거 우선순위 1순위 지역으로 설악산·소백산 등을 지정했음에도 실제 착수 시점을 ‘2026년’으로 못 박았다. 기상 여건을 고려한다는 설명이지만, 겨울철 폭설로 인해 사실상 내년 4월 이전에는 작업 자체가 어려워 시기가 지나치게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올겨울 산양과 야생동물들이 또 한 번 울타리에 갇힌 채 혹한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개방 구간 확대 등 임시조치가 시행될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은 “1,630km에 달하는 장벽 앞에서 부분 개방은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체 구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3단계 철거 구간은 ‘중장기 검토’, ‘모니터링 결과 반영’ 등 모호한 문구가 포함돼 있어 실제 이행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기헌 의원 역시 “생태 복원이 시급한 만큼 정부는 내년 초 철거가 바로 착수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기상 상황을 이유로 계획이 지연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과 환경단체들은 다음과 같은 3가지 개선 방안을 촉구했다.

  1. 강원 북부·울진·삼척 등 핵심서식지 철거 시기 앞당기기
    – 산양 이동로가 집중된 지역부터 즉시 개방 조치를 확대하고, 방역 안정성 확인 즉시 ‘완전 철거’로 이어지는 구조 마련.

  2. 명확한 이행조건·계량평가체계 도입
    – 위험도 평가 기준을 계량화하여, 기준 충족 시 자동으로 다음 단계 철거가 진행되도록 법적·행정적 장치 강화.

  3. 민·관·학 독립 감시체계 구축 및 투명한 공개
    – 철거 과정, 모니터링 결과, 생태 회복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사회·전문가 참여를 보장하여 행정 신뢰 회복.

지역 주민·환경단체·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발표는 시작일 뿐, 속도가 생명”이라고 강조한다. 생태계는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사회에서는 “단계적 철거를 넘어 전면 철거로 조속히 이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방역 안정화가 확인된 지금, 울타리 존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이미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ASF 차단 울타리는 감염병 확산 초기 대응을 위한 임시 시설물이었다. 이제는 그 기능을 다했고, 생태계는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뒤늦게 마련된 정부의 로드맵이 공염불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중단 없는 이행, 속도 있는 실행, 그리고 철저한 투명성이 필수적이다.

이번 겨울이 또 다른 참극의 계절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시민사회는 앞으로도 철거 과정 전반을 면밀히 감시하며 책임 있는 실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류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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