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운봉리, 운봉산 자락 아래 펼쳐진 60평 비닐하우스 안. 길고 굵은 고추가 탐스럽게 달려 있다. 한 그루에서 100개 이상 열리는 다수확 품종 ‘칼탄 고추’다. “아직도 더 자랍니다. 고추가 주렁주렁 열려서 3미터 가까이까지 자라니 놀랍죠.” 4월초 심었는데 훌쩍 커 버렸다.고추 나무 키만큼 생산하는 셈이다.
이 고추밭의 주인공은 조수한 씨. 그는 서울에서 사업을 접고 귀촌해, 농사와는 거리가 멀었던 삶을 뒤로하고 농부로 다시 태어났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어요. 하지만 유튜브만 봐도 최신 재배법이 다 나옵니다. 하나하나 따라 하면서 배웠죠.”
그의 말처럼 조 씨는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로 농업의 길을 개척해왔다. 지난해 60평 비닐하우스에서만 300근의 고추를 수확했고, 평당 10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렸다. 유투브 정보를 참고해서 전남에서 사온 고추 모종으로 거둔 성과다.노지재배로서는 도저히 따라 올수 없는 수확량인데 생산성으로만 따지면 ‘혁신’이라 할 만하다.
지금은 집 앞 600여 평의 땅에서 버섯, 고추, 감자 등 다양한 작물을 가꾸며 실험적인 농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특히 고성군이 밭작물 전환과 생산성 제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농업도 혁신이 필요합니다. 생산성을 올려야 젊은이들도 다시 시골로 돌아오지요.”
조 씨는 고성 교암교회 장로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하다. 새벽부터 버섯을 돌보고 고추에 물을 주며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부지런히 움직인다.“일흔을 넘긴 나이에 이렇게 일하며,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고 살아가는 전원생활이 큰 보람이에요.”
그는 체리나무 곁으로 안내했다.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이 체리도 정말 맛있어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소득을 올릴 방법을 계속 찾고 있죠.”
누군가는 나이를 핑계 삼지만, 조수한 씨는 ‘청년 농부’다. 배우고 익히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시골 농장에서 작지만 기적 같은 농업혁신을 실현하고 있다.
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