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바위는 고성 8경 중 하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고성군에서 울산바위를 향해 오르는 공식 길은 없었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왜 고성에만 설악산 탐방로가 없느냐”며 형평성을 호소해왔다. 매년 가을 한 차례 열리던 말굽폭포 탐방행사가 사실상 유일한 접근 통로였다.
이제 상황이 달라진다. 강원 고성군에서도 곧장 설악산으로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1970년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56년 만이다. 설악산 전체로 보면 22번째 공식 탐방로가 새로 만들어진다.
고성군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설악산국립공원 계획 변경’을 고시했다. 설악산은 속초·양양·인제·고성 등 4개 시·군에 걸쳐 있으나, 그동안 운영 중인 21개 탐방로는 모두 다른 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고성은 설악의 한 축을 이루고도, 정식 탐방로 하나 없는 ‘빈 구역’으로 남아 있었다.
새 탐방로는 고성군 토성면 말굽폭포에서 미시령계곡까지 1.2㎞ 구간이다. 여기에 국립공원 외부로 이어지는 3.1㎞ 산책로가 추가 조성돼 총 4.3㎞ 길이의 코스로 완성된다. 급경사 돌계단 대신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는 숲길이다. 대부분이 숲 그늘 아래 놓여 한여름에도 비교적 걷기 수월하고, 초급자나 장년층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난이도로 설계된다.
다만 정상 등정이나 울산바위 정상까지 직접 연결되는 코스는 아니다. 대신 울산바위 서봉을 조망하고 계곡의 수려한 풍광을 즐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숨은 비경을 감상할수 있는 일급 코스다.
탐방로 개설에는 총 5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고성군은 주차장·화장실 등 기반시설과 데크, 난간, 교량 같은 안전시설을 단계적으로 설치해 2028년 정식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말굽폭포 길 개방은 단순한 등산로 신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울산바위는 고성의 상징이면서도, 관광 동선은 대부분 속초 쪽에 의존해왔다. 접근성이 곧 체류 시간과 소비로 이어지는 관광 구조 속에서, 고성은 설악을 품고도 실질적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이제 길이 열린다. 숲길과 계곡, 울산바위 조망을 결합한 코스는 고성만의 차별화된 관광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해변 관광에 치우쳤던 기존 동선에 산악 생태 탐방을 더하면, 체류형 관광의 토대도 넓어진다.
무엇보다 이번 개방은 “고성에도 설악으로 가는 길을 달라”던 주민들의 오랜 요구에 대한 응답이다. 56년 만에 열린 이 길이, 단순한 산책로에 그치지 않고 고성 관광 지도를 다시 그리는 출발점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글:김형자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