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톤 거암에 혼을 새기다…보광사 일주문 세우는 50년 석공 강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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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자리를 알려줍니다.”

영랑호 보광사 400년 만의 일주문 건립 현장. 섭씨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한 사람의 시선은 오직 거대한 자연석에 머물러 있다. 반세기 동안 돌과 함께 살아온 석공 강현구 씨다.

그는 우리나라 사찰 일주문 정초석을 가장 많이 놓은 석공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50년 동안 전국의 수많은 사찰을 다니며 문화재와 전통사찰 석공사를 맡아온 장인이다.

이번 보광사 일주문은 특별하다.

양양에서 옮겨온 35톤 규모의 자연석 두 개를 정초석으로 세우고, 그 위에 목재 기둥을 올리는 전통 방식으로 시공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돌을 놓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장인의 오랜 경험과 감각이 집약된 예술이다.

강 석공은 거대한 자연석을 수차례 360도로 돌려가며 가장 아름다운 방향을 찾는다. 돌의 결, 굴곡, 무게 중심, 형상을 모두 살펴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가장 위엄 있는 모습을 찾아낸다.

특히 두 개의 자연석이 하나의 작품처럼 조화를 이루도록 높이와 수평을 맞추는 그의 기술은 석공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수십 톤의 바위가 오차 없이 자리를 잡는 순간, 돌은 비로소 단순한 암석이 아니라 천년 도량을 받치는 정초석으로 다시 태어난다.

강현구 석공은 작업을 마친 뒤 조용히 말했다.

“회주 스님의 원력이 커서인지 정말 돌을 몇 번이고 360도 돌려가며 자리를 잡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세워 놓고 보니 형상의 위용이 남다릅니다. 그 보람 하나로 이 일을 합니다.”

그의 장인 정신은 이미 전설처럼 회자된다.

과거에는 150톤 규모의 초대형 자연석을 운반해 정초석을 놓는 작업도 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였다. 운송 도중 트레일러가 고장 나는 위기를 겪었지만 끝내 작업을 마무리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그에게 돌은 단순한 건축 자재가 아니다.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생명이며, 후손에게 남길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전통 석공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화재 공사는 예전보다 크게 줄었고, 절집의 일감도 감소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기술을 이어갈 젊은 후계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내일모레 일흔을 바라보는 그는 이제 반세기 석공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움도 있다.

“명장 칭호를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대부분 하청으로 일하다 보니 제 이름으로 남은 기록이 많지 않습니다. 그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그의 말에는 담담함이 묻어났지만, 반세기 동안 돌을 다듬어 온 장인의 자부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폭염 속에서도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마지막 수평을 확인하는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다.

보광사 400년 만의 일주문은 두 개의 거대한 자연석 위에 세워진다.

그 돌에는 단순한 무게만 얹혀 있는 것이 아니다.

반세기 동안 돌과 대화해 온 한 장인의 혼과 땀, 그리고 천년을 버틸 시간의 무게가 함께 새겨지고 있다.

류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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