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부터 짓고 사후관리는 행정 몫…공모 전 의회·주민 의견부터 들어야”
고성군이 은퇴자와 귀농·귀촌인의 유입을 위해 추진하는 ‘갈벌뜰 하모니마을 조성사업’이 또다시 ‘시설을 먼저 짓고 활용은 나중에 고민하는 사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성군의회에서 제기됐다.
특히 ‘한 달 살기’를 명분으로 새로운 체류시설을 조성하지만, 단기간 체류가 실제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불분명한 데다 준공 이후 시설 관리와 운영에 지속적으로 군비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봉룡 고성군의회 부의장은 7월 업무보고에서 갈벌뜰 하모니마을 조성사업의 사업 목적과 사후 관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고성군은 공모를 통해 사업비를 확보했으며, 간성읍 동호리 일원에 은퇴자와 귀농·귀촌인 등이 머물 수 있는 체류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군은 이를 통해 지역을 경험한 체류객이 장기적으로 지역에 정착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김 부의장은 ‘한 달 살기’라는 체류정책 자체가 실제 인구 유입과 정착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이분들이 체류하는 기간이 없느냐”는 질문을 통해 시설 이용기간을 확인했고, 군이 사실상 ‘한 달 살기’ 개념으로 운영한다고 답변하자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한 달 정도 체류하고 지역이 정말 좋으면 정착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라면 오히려 기존 빈집을 활용하는 방식이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부의장이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준공 이후다.
그는 과거 각종 사업을 통해 조성된 시설들이 사업 종료 후 활용도가 떨어지거나 관리 부담만 남는 사례를 거론하며 갈벌뜰 하모니마을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건축물이 들어서는 부분들은 사후 관리가 되게 힘들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군에서 추후에는 계속 관리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어 “체류형으로 머물다 간 사람들 뒤치다꺼리는 누가 할 것이냐. 다 행정에서 해야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국비를 확보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국비보다 더 긴 기간 동안 발생할 운영비와 유지관리비는 결국 지방비, 즉 군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주민 일각의 ‘사회복지시설’ 의견도 반영 안 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는지도 논란이다.
동호리 일각에서는 이 사업과 관련해 체류시설 대신 사회복지시설을 조성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같은 지역 내 의견이 사업계획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공모사업이 추진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부의장은 “좋은 쪽으로 공모를 하더라도 이런 사업이 있으면 사전에 의회와 상의를 하고 공모도 그런 식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공모 선정=성공 아니다”…시설 중심 행정에 경고
군은 빈집 활용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희 허가민원과장은 당초 주변 빈집 2~3가구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빈집은 소유권과 재산권 문제가 얽혀 있어 소유자의 동의 없이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행정의 설명은 오히려 사업 기획 단계에서 충분한 대안 검토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빈집 활용이 어렵다면 왜 어려운지, 그렇다면 왜 새로운 건축물을 지어야 하는지, 한 달 살기가 실제 귀농·귀촌과 정착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시설이 비수기에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향후 운영비는 얼마나 필요한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먼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고성군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응한다며 각종 공모사업을 통해 체류형 시설과 정주 기반시설을 잇따라 확충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을 짓는 것과 사람이 정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 달 머물렀다고 지역에 정착하는 것도 아니며, 새로운 건물을 지었다고 귀농·귀촌인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고성군에는 이미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했지만 이용률과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사후관리 문제가 반복되는 시설들이 적지 않다.
갈벌뜰 하모니마을이 또 하나의 유휴시설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무엇을 지을 것인가’보다 ‘누가, 왜, 얼마나 이용할 것인가’를 먼저 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설악투데이 특별취재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