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진흥회가 2025년 9월 24일-2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에서 제6회 정기전을 개최한데 이어 10월 2일부터 11월 16일 까지 강원도 고성군 진부령미술관에서 순회 초대전을 진행해, 한국화의 정체성과 미래를 모색하는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사이와 공간 · 먹과 색”이라는 주제로, 전통 한국화의 뿌리를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한 다채로운 작품들이 선보인다. ‘사이’는 물리적 간극을 넘어 인간과 자연, 전통과 현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관계와 융합을 의미하며, 그 속에서 판타지와 유토피아적 상상력이 형상화된다.몇개의 작품을 보자.
관계성 (2024, 61x73cm, 한지, 채색한지, 먹)
관계 속에 존재하는 자연의 조화로움을 은은한 색감과 여백의 미로 담아낸 작품이다. 연잎과 줄기들이 서로를 의식하듯 교차하며 얽히는 모습은, 자연과 인간,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지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 위에 얹힌 먹과 채색은 절제된 감정과 깊은 내면성을 드러내며, ‘사이’라는 공간에서 피어나는 관계의 미학을 강조한다.
Blue Momentum (2025, 72x73cm, 한지에 먹, Cyanotype)
사이아노타입 기법을 활용해 강렬한 청색의 음영 안에 펼쳐진 대나무 숲과 새 한 마리는 마치 한 편의 동양적 판타지를 보는 듯하다. 자연과 생명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움직임과 정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며, 유토피아적 이상향에 대한 시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Cyanotype 특유의 몽환적 푸름은 전통 먹의 심오함과 겹쳐지며, 한국화의 새로운 색감 실험을 보여준다.
이중융합동물 + 유토피아 2025-1 (162×130cm×2개,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형형색색의 인간 형상과 동물, 오브제들이 뒤섞인 이 작품은 융합의 극단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회화의 평면 위에서 마치 유년기의 꿈처럼 펼쳐지는 장면들은 초현실적 판타지를 자아낸다. 동물과 인간이 서로를 덮거나 안거나 무심하게 공존하며, 이질적인 요소들의 혼종 속에서 오히려 하나의 이상향, 우리만의 유토피아를 향한 메시지가 읽힌다. 수묵의 선과 아크릴의 채색이 대비와 조화를 이루며 시각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한국화진흥회는 올해 스리랑카 콜롬보의 Lionel Wendt Artcentre에서 열린 교류전, 그리고 인도 Kala Srot Gallery에서의 레지던시 및 워크숍을 통해 한국화의 세계적 확장을 모색해왔다. 접부채 형식의 출품작을 통해 고유한 선비정신과 미학을 열대의 문화 속에서도 우아하게 풀어낸 바 있다.
김춘옥 이사장은 “전 세계가 K-팝에 이어 K-문화예술에 열광하는 시대, 이제는 한국화가 세계 미술의 중심축이 될 때”라고 전했다. 이번 정기전은 단지 회화 전시를 넘어 한국화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성찰하고, 그것이 나아갈 ‘사이’의 길, ‘공간’의 확장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사)한국화진흥회는 다가오는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더욱 넓은 무대에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자연과 인간을 잇는 한국화의 예술적 실험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진부령 미술관 전시에서 보여준 먹과 색, 관계와 융합, 유토피아적 판타지는 한국화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를 그리는 언어임을 다시금 증명해 보였다.
류인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