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단순한 회화적 기교를 넘어선 화가의 깊은 통찰력이 느껴진다. 삶의 대부분을 바다와 함께했던 그의 경험이 녹아든 작품 속 파도는 덧없이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작품 속에서 파도가 일렁이는 소리, 바람이 실어 나르는 짠 내음, 그리고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는 작가가 대상의 외형적 묘사를 넘어, 그 풍경이 가진 분위기와 감정을 온전히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의 변화처럼, 작품 세계 또한 바다 위 배를 그리던 것에서 파도와 바다 그 자체를 담는 것으로 진화했다. 이 작품은 그 정점에 서 있다.
이 그림은 그저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넘어, 거친 자연의 위대함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굳건함을 담아낸 명작이다. 파도치는 날, 습관처럼 바다에 나가 북해가 아닌 동해를 바라보면 언제나 이 그림의 풍경이 마음속에 겹쳐진다.
그리고 숱한 실패끝에 85번째 시도만에 청새치 한마리를 건져 올린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의 불굴의 산티아고 노인을 생각한다.
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