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설악의 혼불 — 설악권 항일독립운동 선열 349위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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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에
새벽이 든다
천후산 자락을 돌아
영랑호 물빛을 깨우고
단아한 보광사 법당
한 줄기 향연(香煙)이
백 년의 적막을 헤집어
스러진 이름들을 일으킨다

기미년 그 봄—
양양장날에서 튄 불씨
물치장터까지 번지더니
대포리의 만세 함성은
속초 고성 인제에 일제히 울렸다

설악의 골짝마다
총칼도 꺾지 못하고
철창도 가두지 못했던
함성

대한독립만세!

그 함성 하나 품고
청춘을 내 놓고
목숨을 내 놓고도
끝내 독립의 뜻은 놓지 않았던 사람들.

그리고 백 년—
오늘 영랑호
보광사에 혼불이 든다

하나
또 하나—
위패마다
긴 어둠을 밀어내며
삼백마흔아홉의 혼불이
일어선다

기록에 묻힌 이름도
기억에서 멀어진 이름도
이제
불꽃으로 깨어나
설악을 밝힌다

선열들이시여
보이십니까

설악은
그날처럼 우뚝하고
동해는 밤을 밀어
새벽을 올립니다

선열들이 흔들던 태극기
백 년을 건너
오늘도 나부낍니다

이제
영랑호 보광사 충효애전당에
편히 드소서

천후산 솔바람에
긴 시름 내려놓고
못다 부른 노래
동해에 풀어놓고
못다 걸은 길
우리에게 남겨두소서

이제 이 도량은
영령에게는 안식이요
후손에게는 숨 쉬는 역사

위패에는
이름을 모시고
가슴에는
그 뜻을 오롯이 새깁니다

향불은 사위어도
혼불은 사위지 않으리

삼백마흔아홉 혼불—
영랑호 보광사에 깃들어
설악의 별이 되고
후손의 가슴으로 건너가
또 하나의 불씨가 되리

세월은
사람을 데려가도
그 뜻까지 데려가지는 못하리

보라—
기미년의 불씨가
백 년을 건너
오늘 우리에게 닿는다

설악이 서 있는 한
동해가 깨어 있는 한
영랑호가 마르지 않는 한
삼백마흔아홉 그 이름ㅡ
대한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영원히 불타오르리

積山 최종한
ㅡ순수문학 신인문학상으로 시 등단
ㅡ창작 21 수필문학상으로 수필 등단
ㅡ양양문화예술상. 강원도문화상 등
ㅡ양양문인협회장 역임
ㅡ적산시서화예술원장
ㅡ양양문화원 이사
ㅡ양양속초산림조합 이사
ㅡ양양군사회복지협의회장
저서: 연어소나타, 의상대 일출
       내가 만드는 내 얼굴,
       남대천은 얼음장밑으로도 흐른다 등

(편집자 주…추모시는 2026년 9월12일 영랑호 보광사에서 개최되는 설악지역 항일독립운동가 추모식에서  시인 최종한이 직접 낭송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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