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 영랑호는 역사적, 생태적 가치를 지닌 지역이지만, 최근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 계획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어떻게 개발해야 할까? 속초시는 2031년까지 1조 376억 원을 투입해 영랑호 일대에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주요 내용은 교통 인프라 개선, 문화·체육 시설 확충, 친환경 산책로 조성 등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다음과 같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먼저,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다. 영랑호는 동해안 석호 중 핵심 보전 구역으로 수면 개발은 30년간의 보전 노력을 무효화할 수 있다. 둘째, 빛 공해와 인공 구조물 증가에 대한 우려다. 이러한 구조물들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야간 조명과 부교 설치가 야생동물 서식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기후변화를 악화시킨다. 대규모 시설 건설로 인한 탄소배출 증가와 녹지 감소가 우려된다.
따라서 습지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영랑호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독특한 생태계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해양 생물의 서식지이다. 환경부 연구에 따르면, 석호 수면 개발은 생물다양성 30% 이상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오스트바드플라센(Oostvaardersplassen) 습지는 인공 구조물 최소화와 자연 복원을 통해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관광 수익을 창출했다.
그리고 탄소중립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사례로 덴마크의 코펜하겐(Copenhagen) 항구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을 결합해서 에너지 자립을 100% 달성했다. 영랑호에도 태양광 가로등과 친환경 건축물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 말뫼(Malmö) 시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전기차 충전소 확대로 교통 탄소배출을 40% 감소시켰다. 영랑호 개발 시 보행자 중심 도로와 전기 셔틀버스 시스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랑호는 기후 적응형 설계를 반영하여야 한다. 미국 뉴올리언스는 습지 복원과 유역 관리로 홍수 피해를 70% 줄였다. 영랑호 주변에도 강우량 증가에 대비한 배수 시스템과 침수 방지 시설이 필요하다. 2015년 기네스 세계 최대의 유리 온실로 등재된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는 도시 숲과 수변 공원으로 기온을 2°C 이상 낮췄다. 영랑호에도 그늘막과 수목 식재를 확대해야 한다.
따라서 자연과 공존하는 관광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일본 시레토고(Shiretoko) 반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으로 생태탐방로와 제한된 관광 시설로 자연 보전과 경제 효과를 동시에 달성했다. 속초시의 기존 계획 중 산림대 조성과 빛 공해 저감 조명은 긍정적이지만, 인공 구조물의 규모를 축소하고 생태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 주민 참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개발이 필요하다. 호주 북동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는 지역 커뮤니티가 관광 사업에 직접 참여해 수익의 30%를 환경 보전 기금으로 활용한다. 영랑호 개발에도 ‘주민협동조합’을 구성해 지속가능한 관광을 이끌어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2030년 영랑호가 사라진다. 영랑호가 대한민국에 던지는 제안이다. 속초시는 기후 친화적 영랑호 개발을 위해 철저하게 단계별 로드맵을 구성하고 공유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단계로 수질, 토양, 생물다양성 데이터 등 생태 조사를 강화하는 과학적 기반을 마련해야한다. 또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탄소량을 산정하고, 오프셋 계획을 수립하여 탄소 발자국을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 다음 단계로 재생에너지 설비, 녹색 건축물, 자전거 도로를 우선 도입하는 친환경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는 생태 가이드 양성과 지역 농산물 판매장을 운영해 경제적 편익을 공유하는 ‘주민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 단계로 기후변화 영향과 생태계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결과로 그린 데스티네이션 인증(GSTC), 즉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모든 관광지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약속인 관광지 기준 인증을 통해 글로벌 친환경 관광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영랑호는 묻는다. 보존과 개발의 협주곡을 연주할 수 있을까? 영랑호 개발은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 있는 결정이 필요하다.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습지 보전, 탄소중립 인프라, 지역 주민 참여를 결정해야 한다. “보전과 개발의 균형”을 실현한다면, 영랑호는 국내외 모범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지용승 교수
우석대학교 ESG 국가정책연구소 부소장으로서 정부 정책 연구 및 공동체의 경제적 자조 등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문제 해결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우석대학교 ESG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최근 ‘ESG의 시대가 온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끄는 새로운 패러다임(페스트북 출판사)’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