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거진읍. 울창한 숲과 하얀등대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 전망은 일품이다.이곳을 바로 올라가게 한다는 명목 아래 강행된 경관형 옥외 엘리베이터 공사가 중단되며 행정의 부실함과 ‘토건 중심’ 사고의 맹점을 드러내고 있다.
당초 작년 12월 개통 예정이던 이 사업은 상층부 연약지반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재설계와 시공이 불가피해지면서 사실상 공사가 멈췄다. 이미 76억 원이 투입된 55미터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이 사업은 현재 공정률 92%로 마무리 단계지만, 안전과 설계 점검 없이 밀어붙인 결과로 예산 낭비와 행정 책임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시공상의 실수에 그치지 않는다. 사업 초기부터 “굳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숲길 특유의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걸으며 느끼는 경관 체험은 이 지역 관광의 본질적 매력이자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라는 ‘수직적 접근’만을 고집하며 도보 접근성을 보완할 다른 창의적 방안은 철저히 배제됐다.
관광객 편의라는 명분은 이해할 수 있다. 경사가 심해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연 지형과 무관한 거대한 엘리베이터 구조물을 세우는 것이 정답이었을까?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개발’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주민A씨는 “보기만 해도 괴물스럽다. 멀정한 경관을 다 망치는 역효과 아닌가. 구조물 설치하면 다 된다는 단선적 토건 사고가 빚은 참사다”고 비판했다.
엘리베이터 하부에는 특산물판매장과 카페, 관광안내소 건물 까지 세워졌다. 그러나 이 역시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또 하나의 토건 중심 예산 집행에 불과하지 않은지 되짚어야 한다.
재설계를 계기로 왜 사전 지반 조사가 부실했는지, 사업 타당성 검토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 구체적인 감사와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거진의 해맞이숲길은 자연 그대로가 랜드마크였다. 그 고유한 매력을 인공물로 가려서는 안 된다. 이번 엘리베이터 사태는 단지 한 사업의 실패가 아니라, ‘검토 없는 행정’과 ‘ 마구잡이 토건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 큰 반성을 요구한다.
류인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