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오호리 죽도섬에 다리가 세워졌습니다. 말로만 듣던 다리가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참담합니다. “이게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자성이 뼛속을 파고듭니다.
오호리 백사장은 고성군 최초로 해수욕장이 문을 열 만큼 모래가 곱고 바다가 맑던 곳입니다. 공현진까지 이어지는 탁 트인 모래사장이 ‘명사십리’라는 이름을 얻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아름다운 백사장이 거대한 콘크리트 다리로 인해 동강나 버렸습니다. 차량까지 오갈 수 있을 정도의 규모라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해중경관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진행된 이 사업은 결국 해변에 콘크리트를 덕지덕지 붙여 놓은 졸속 토목공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해변을 걸으면 더 이상 푸른 바다와 고운 백사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도시의 도로를 옮겨 놓은 듯한 인공 구조물뿐입니다. 오호리 특유의 멋과 고유성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여기에 죽도 내부에 데크길을 놓겠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죽도는 독도나 흑산도처럼 특별한 경관이나 관광 자원이 있는 섬이 아닙니다. 괜히 사람 발길을 들여놓아 섬의 생태를 해치는 것밖에 더 되겠습니까. 관광객이 그 길을 걷는다고 무슨 대단한 체험이 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리 없습니다. 무모한 발상입니다.
오호리 해변은 이로써 사실상 종언을 고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죽도 다리는 인공 구조물에 매달리는 관광 정책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무책임한지 웅변으로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해변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이 사업은, 결국 관광객에게도 외면받을 ‘악수(惡手)’가 될 것입니다.
더 이상 행정의 무책임한 개발 논리를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고성군은 주민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한 채, 보여주기식 성과와 단기적 사업에 매달려 고성의 보물인 명사십리를 스스로 파괴했습니다. 군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주민을 기만하고 천혜의 자연을 유린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글:최성길(가명 오호리 주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