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위원 김호의 세상비평 ✍✍✍
주민들은 “왜 시장·군수는 당선만 되면 삽질에 올인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 해변에서 추진 중인 484억 원 규모의 ‘해양 관광지 조성사업’은 애초부터 투자액에 비례해 주민 소득이 증가할지 의문이 있었다. 손님이 오면 식당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론 부족하다. 숙박은 대형외지 자본이 장악했으니, 주민이 운영하는 모텔, 여관, 펜션은 기대조차 사치가 됐다.
전임 이경일 군수가 기획하고, 현 함명준 군수가 본격화한 이 사업은 해상 스카이워크, 죽도 데크길, 해중 체험시설을 세우는 전형적인 ‘삽질’ 프로젝트다. 문제는 분명하다. 자연은 훼손되고, 혈세는 낭비되며, 정작 군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484억 원이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든 농가에 고추 건조기를 보급해도 남는 돈이다. 건조·유통 인프라만 제대로 갖추면, 당장 마른 고추 생산으로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다. 노인네들도 할 수 있는 깻잎 재배 출하시스템도 수백 번 구축할 수 있고, 모든 읍면 단위에 양계사업단이나 흑염소 생산조합을 꾸려도 되고, 군수가 판로를 확보해 주면, 주민들의 소득 증대는 시간문제다. 이처럼 농업·어업 기반의 실질적인 소득사업에 투자하면 예산은 곧장 군민들의 삶으로 돌아온다. 이런 게 군수가 할 일이 아닐까?
고성군의 주력 산업은 농업과 어업이다. 생산에서 가공·체험·판매까지 이어지는 6차 산업 모델은 이미 여러 지역에서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고성에도 성공 사례가 없는 게 아니다. 청정 고랭지 지역인 흘리(해발 600m) 일대에서 생산된 ‘피망’, 이 성공 사례를 다양한 작물과 고성 전 지역으로 확대하면 살길이 생긴다. 예산은 이런 일에 써야 한다. 484억이면 고성을 뒤집어 새롭게 농사를 사업시스템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돈이다. 이런 예산이, 수년 후 비슷한 예산을 투자해 수리해야 하는, 큰 태풍이라도 오면 폭망하는, 1회성 사업으로 바다에 처박혔다.
고성은 자연 그 자체가 관광시설인데, 그 자연에 삽질하느라 예산을 탕진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난립한 스카이워크가 보여주듯, 잠시 반짝하다가 금새 퇴색된다. 거진항 스카이워크조차 지금은 방문객이 거의 없어 녹슬어가며 흉물로 변하고 있다. 실패가 예정된 길이다.
더구나 죽도는 ‘미지의 섬’으로서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더 신비로운 경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리를 놓고 데크를 설치해 직접 밟는 순간, 그 신비는 사라지고 훼손된다. 자연의 가치를 지켜야 할 행정이 오히려 콘크리트와 철 구조물로 훼손하고 있다. 보기만 할 곳, 아도 괜찮은 곳, 이걸 구분 못하고 모든 곳에 데크 길을 내고 있다.
삽질과 콘크리트 대신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해오던, 쉽게 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일에서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그 속에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밥이나 팔자는 생각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게 경험으로 증명됐다.
모든 주민이 사장님이 되는 소득사업이 필요하다. 예산은 개인과 마을공동체가 직접 성장할 수 있는 농어업 사업에 직접 투입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고성을 살리고, 다음 세대에 희망을 물려주는 길이자, 타지에서 고생하는 자녀들과 같이 할 수 있고, 일거리 없는 속초 주민을 고성으로 귀농시키는 지름길이다.
고성에 희망을,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편집위원 김호)




















